(서울=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계획이 전격적으로 취소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협상이 또다시 험난한 고비를 맞게 됐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계획 발표와 전격 취소가 하루 새에 이루어졌다. 그의 방북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비핵화·종전선언 협상은 두 달 넘게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달 6~7일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이 성과 없이 끝나 '빈손 귀국' 논란을 빚었기에 4차 방북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핵 위협은 끝났다"며 줄곧 북미 간 대화에서 낙관론을 유지해왔다. 그런 그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발표하면서 북핵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음을 처음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방북 취소로 인한 파장이 우려된다. 당장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영향을 줄까 걱정스럽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때 북한이 폐기 대상의 핵 시설 목록을 내놓으면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 정부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계획이 발표되자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큰 진전을 이뤄내길 바라고 있다"고 논평했다. 특히 북미 관계가 탄력을 받으면 남북관계의 발전을 촉진하고 남북관계는 다시 북미 관계 발전을 이끄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북미 관계가 틀어지면서 선순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할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가 한미 양국의 공동목표인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큰 목표와 흐름을 뒤바꿀만한 중대 사안이 아님은 분명하다. 북미 간 대화의 모멘텀은 계속 유지해나가겠다고 미국이 협상 의지를 밝힌 것도 이런 점에서다.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둔 점도 고무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갈등이 풀리면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곧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한층 진전된 안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핫라인을 가동해서라도 북한의 발 빠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대북제재 완화 등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유연한 태세를 촉구해야 한다. 중국 역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한반도 비핵화·종전선언 협상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도록 권고해야 한다. 지금은 교착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북미 협상에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추동력 공급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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