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 안 될 것"…"남북관계 개선때 핵심지역" vs "여의도 개발명분 약해"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밝히면서 개발 재개 시점과 그 효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의도·용산 개발 재개 시점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오늘 발표는 사업을 언제 재개하느냐가 아니라 보류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일단 부동산시장이 안정된 후 정부와 협력해 다시 추진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여의도의 경우에는 이미 마스터플랜이 준비됐으며, 노후화된 아파트단지 재개발 안건이 이미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에 올라와 있다"면서 "그러나 예상치 않았던 부동산 투기나 과열이 일어나면서 지금까지처럼 그대로 추진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박 시장이 그간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에 상당한 의지를 드러내 왔기에 이를 백지화하지는 않겠지만 임기 내 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여의도 개발에 대해 이런 의견이 많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용산 개발은 추진할 수밖에 없겠지만, 여의도의 경우 3년 이내에 부동산시장이 안정돼 추진할 수 있을지가 용산에 비해 불확실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폭발성이 강한 개발 이슈와 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발표로 박 시장이 부동산시장 안정에 더 주안점을 두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 같다"며 "여의도 개발은 용산보다 명분이 떨어지는 데다 재건축아파트 단지에 과도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에 이제 물 건너간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여의도 개발은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의 한강 활용과 엮이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부동산 관점에서 바라봐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한강을 매개로 서울 전체의 재구조화를 고려할 때 가장 핵심적인 위치가 여의도와 용산"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남과 북을 땅 위로 연결하는 것은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긴장 완화 이후 한강을 통한 교류가 먼저 이뤄질 수 있다"며 "이때 평양·개성에서 배가 들어올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여의도와 용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여의도·용산 개발을 이해해야 한다"며 "개발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한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강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의 부동산시장 여파에 대해선 박 시장이 정부와 힘을 합쳐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개발계획 자체를 철회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여의도·용산 개발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 완전히 안정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용산을 보면 이미 10년 이상 개발이 미뤄졌는데도 계속해서 부동산가격이 오르고 있다. 차라리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 시장 안정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