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녹 성지서 강론 "진실·정의 추구…다시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가톨릭 신자 '장사진'…4만5천명 운집해 비 맞으며 경청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아일랜드를 방문 중인 교황이 교회 내 성직자들에 의한 아동 성 학대 등 성폭력 문제를 두고 "신께 용서를 구한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일랜드 방문 이틀째인 26일(현지시간) 아침 서부 녹 성지(Knock Shrine)를 방문해 4만5천 명의 가톨릭 신자가 모인 가운데 일요 삼종기도 강론을 하고 이같이 밝혔다고 아이리시타임즈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우리 중 그 누구도 학대당하고, 순수함을 유린당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의 상흔을 안게 된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감화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런 상처가 우리에게 더욱 굳건하고 결단력 있게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게끔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죄와 추문, 배신에 대해 신께 용서를 구한다"면서 "성모님께도 피해자들의 치유와 더불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기독교 가족의 의지를 확인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아일랜드는 2000년대 초부터 아동을 상대로 한 천주교 성직자들의 성폭력이 잇따라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몸살을 앓았다.
아일랜드 정부와 여론주도층에서는 교황청이 이 문제를 묵과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서 바티칸과 갈등해왔다.
교황은 전날에는 더블린에 있는 교황청대사관에서 90분간 성직자들에 의한 성 학대 피해자 8명을 만나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녹 성지에서 진행된 교황의 일요 삼종기도 강론에는 아일랜드 전역에서 4만5천여 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운집했다.
신자들은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교황의 강론을 직접 듣기 위해 새벽 3시부터 줄을 서는 등 장사진을 이뤘다.
교황은 녹 성지에서 강론을 마친 뒤에는 더블린 피닉스 파크에서 열리는 세계가정대회 미사 집전을 위해 이동했다.
3년마다 열리는 가톨릭의 주요 행사인 세계가정대회에는 50만 명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아일랜드 정부는 전망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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