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 특검, 여권 핵심 겨눈 수사…악조건 속에서도 댓글전모 밝혀
'곁가지 수사' 비판 이어 영장기각 따른 '빈손 특검'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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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27일 수사 결과 발표를 끝으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60일간의 수사 여정에 공식 마침표를 찍었다.
문재인 정부 첫 특별검사인 허 특검은 그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일부 성과를 냈다는 평가와 함께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에 실패하는 등 사실상 '빈손'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는 지적을 동시에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예고된 상황에서 발족한 특검은 파견검사 확보 등 인적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이 넘긴 수사기록도 분량만 많았을 핵심 수사대상인 김 지사의 연루 여부 등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물증이나 진술은 크게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사실상 '제로 베이스'에서 수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1차 수사 기간 60일의 전반기에 드루킹 일당만 반복해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의 '늑장 수사'로 상당수 증거가 사라진 상황에서 49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벌인 특검은 PC·휴대전화 등 물증 265건을 확보하며 꺼져가던 수사의 불씨를 되살렸다.
포렌식 작업을 통해 16.38TB(테라바이트) 가까운 디지털 증거를 분석하고 경찰에서 풀지 못한 드루킹 일당의 각종 암호화 파일을 해독하며 사건의 실체에도 조금씩 다가갔다.
그 결과 특검팀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작동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하고 역으로 이를 다시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휴대전화와 유심(USIM)칩에서 확보한 드루킹 일당의 가입자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이 2016년 12월 4일부터 올해 3월 20일까지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포털 3사의 뉴스 기사에 남긴 9천971만여건의 공감·비공감 조작 내역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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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앞서 검찰이 드루킹 일당을 1차 기소하면서 밝혀낸 댓글 범행을 크게 뛰어넘은 규모다. 1차 기소 때의 공소사실은 기사 500여건에 댓글 1만6천여건, 공감·비공감 클릭 184만여건으로, 클릭 수 기준으로 50배 이상의 여론조작 범행을 특검팀에서 규명해 재판에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특검팀은 수사 초기 드루킹 일당에 대한 계좌추적 도중 2016년 총선 전 고 정의당 노회찬 의원에게 수 천만원이 전달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망을 좁혀갔다.
그러나 노 의원이 7월 23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특검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는 일시 중단됐고 특검을 향한 여론은 급반전됐다.
노 의원에게 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드루킹 최측근 도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것도 수사에 큰 악재였다.
특검이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 여부에 집중하는 대신 노 의원의 비위 의혹을 두고 '곁가지' 수사를 벌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특검이 김 지사가 참석했다는 '킹크랩 시연회'를 재연하고 김 지사를 피의자로 입건한 7월 말부터는 여권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특검'으로 몰아세우는 와중에도 특검은 김 지사를 드루킹의 공범으로 두 차례 소환 조사하고 신병확보를 시도했다.
그러나 전력을 쏟은 구속영장은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특검의 핵심 수사 대상이었던 김 지사의 댓글조작 연루 의혹을 두고 법원으로부터 김 지사의 구속수사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특검으로선 뼈아픈 대목이었다. 이른바 '빈손 특검'이라는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던 이유였다.
특검은 수사 종료 일주일을 앞둔 시점에서 30일의 수사 기간 연장을 포기하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다.
특검은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수사한 만큼 정치공세를 감수하며 기간 연장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이 스스로 기간 연장을 포기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수사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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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배 정무비서관과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의 사건 연루 의혹이 일부 사실무근으로 결론 나거나 검찰에 고스란히 이첩된 점도 특검수사가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을 불렀다.
특검은 송 비서관이 드루킹이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으로부터 2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이나 2010년 8월부터 작년 5월까지 시그너스컨트리클럽으로부터 급여 등 명목으로 2억8천여만원을 받은 점을 둘러싼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검찰에 이관했다.
올해 3월 드루킹이 체포된 직후 드루킹이 인사 청탁한 도모 변호사를 직접 면담했던 백 비서관에 대해서는 사건 은폐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했고,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는 검찰에서 수사하도록 사건을 이첩했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번 특검 수사 결과를 두고 '특검 무용론'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반면 직전의 특검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정농단 사건 수사로 국민적 시선을 한몸에 받았던 때와 비교하는 것은 사안의 성격 등에 비춰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4일 김 지사를 불구속 기소한 허익범 특검은 이런 평가에 구애받지 않고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한 정황을 다양한 증거물로 법정에서 밝히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지사는 자신의 킹크랩 연루 여부를 계속해 부인하고 있다. 김 지사의 사건 연루 여부로 대변되는 핵심 의혹을 놓고 특검팀의 수사가 성공했는지는 법정에서 최종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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