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마다 환자 가득, 매춘·폭력 증가…지방정부 "공공서비스 감당 어려워"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북부지역의 지방정부와 주민들이 베네수엘라 난민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 점차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난민들은 북부 호라이마 주를 통해 브라질에 입국하고 있으며 주도(州都)인 보아 비스타 시에는 현재 3만여 명이 체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보아 비스타 시 인구의 5∼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보아 비스타 시는 브라질에서도 비교적 생활여건이 좋은 도시로 꼽혔으나 베네수엘라 난민이 몰리기 시작한 이후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고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최소한 2천 명의 베네수엘라 난민이 노숙생활을 하고 있으며, 병원에는 난민 환자가 가득하고 거리에서는 매춘과 폭력사건이 늘고 있다.
테레자 수리타 보아 비스타 시장은 "거리 곳곳에서 노숙하는 난민들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난민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공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아 비스타 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호라이마 종합병원의 베네수엘라인 환자는 2015년 628명에서 올해 7월 말 현재는 1만 명을 넘는다. 지역 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모와 신생아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는 베네수엘라 여성의 출산이 지난해 566건이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571건에 달했다.
교육환경도 열악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아 비스타 시내 공립학교의 베네수엘라 학생 수는 2015년 12명에서 올해는 1천484명으로 늘었다. 시 당국은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컨테이너를 교실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베네수엘라 난민 증가는 호라이마 주 정부의 재정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전체 예산의 80%를 연방정부에 의존하는 호라이마 주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난민 입국 규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수엘리 캄푸스 호라이마 주지사는 "연방정부가 우리의 재정지원 요청을 무시하면 베네수엘라 난민을 지원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공서비스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구 1만2천여 명의 소도시 파카라이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파카라이마 시에서는 500∼700명의 베네수엘라 난민이 노숙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들어 시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의 65%에 베네수엘라 난민이 연루됐다.
파카라이마 시에서는 지난 18일 지역 주민들이 베네수엘라 난민들에게 몰려가 텐트를 불태우고 폭행을 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난민 4명이 브라질 상인을 상대로 강도 행각을 벌인 사실이 주민들을 자극한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호라이마 주에 체류하는 난민들을 모두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차로 다음 달 초까지 1천 명을 상파울루 등 남동부와 남부지역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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