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우버 '디디' 잇단 승객 피살 사건으로 최대 위기

입력 2018-08-27 11:19   수정 2018-08-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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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우버 '디디' 잇단 승객 피살 사건으로 최대 위기
중국 전역서 카풀서비스 중단…"앱 지우자" 보이콧 조짐도
"디디추싱 운전기사 성범죄 사건, 법원서 확인된 것만 14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여성 승객 피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중국에서 독보적인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로 우뚝 선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창사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5월에 이어 석 달 만에 또 여성 승객이 운전기사에게 성폭행당하고 피살되는 사건이 나면서 디디추싱의 일부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소비자들의 보이콧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디디추싱은 27일 오전 0시부터 중국 전역에서 카풀 연결 서비스인 '순펑처'(順風車) 서비스를 중단했다.
디디추싱은 택시 및 일반·고급 전용차 호출, 카풀 연결 등 다양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이번 피살 사건이 난 카풀서비스인 '순펑처' 서비스를 우선 중단한 것이다.
유치원 교사인 자오(趙·20)모씨는 지난 24일 저장성 원저우(溫州)에서 디디추싱의 순펑처 서비스를 이용해 차량을 불렀다.
하지만 운전기사인 중(鐘·27)모씨는 자오씨를 산길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산비탈에 유기했다가 25일 새벽 공안에 체포됐다.
자오씨는 숨지기 직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지인들에게 운전기사가 목적지가 아닌 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이를 본 피해자의 친구들이 디디추싱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센터 측은 "경찰에 신고하라"는 답변만 하고 기사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살인 사건 발생 며칠 전 중씨의 차량에 탔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탈출한 다른 여성도 디디추싱에 신고를 했지만 회사 측은 별도의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는 범인 못지않게 디디추싱을 향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반(反) 디디추싱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배우 장쯔이(章子怡)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디(滴)라는 글자가 피를 흐르게 한다는 '디쉐'(滴血)의 '디'(滴)인가'라면서 디디추싱에 불만을 표출했다.
최근 중국에서 크게 흥행한 영화 '나는 약신(藥神)이 아니다'에 출연한 배우 왕촨쥔(王傳君)은 디디추싱 앱을 삭제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삭제한다고 변할 게 있을까. 하지만 계속 남겨 둬야 하겠는가"라고 적었다.


일반 소비자들의 반감도 높아지고 있다. '星移**'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응급 안전 시스템이 없다면 디디는 시장에서 퇴출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역시 디디추싱의 위기 대응 능력에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사업을 계속 허가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처하오(車浩) 베이징대 법학원 교수는 "만일 플랫폼 기업이 능동적으로 신속하게 공안과 소통하는 채널을 만들지 못해 비상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다면 낯선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디디추싱의 차량 공유 서비스가 중국에서 널리 대중화한 가운데 비단 이번 사건 외에도 디디추싱 운전기사의 성범죄 사건이 이미 적지 않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財新)은 법원 자료를 인용, 디디추싱 운전기사가 고객을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 사건이 최소 14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여론이 빠르게 악화하는 가운데 중국도 디디추싱에 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교통부와 공안부는 26일 합동으로 디디추싱 고위 관계자를 초치해 카풀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안전 마지노선을 엄격히 준수함으로써 관리 책임을 철저히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디디추싱은 26일 '순펑처' 담당 총경리 황제리(黃潔莉)와 고객서비스 담당 부총재 황진훙(黃金紅)을 면직했다.
2012년 설립된 디디추싱은 현재 중국에서 2천100만명의 운전기사를 확보하고 있고 하루 2천5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이며 텐센트, 알리바바, 애플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중국의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디디추싱은 2016년 중국에서 우버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중국에서는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또 올해 초 멕시코와 호주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세계화를 핵심전략으로 하고 있다. '중국판 우버'로 시작했지만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등에 업고 이미 우버의 시장 가치를 넘어 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이번 승객 피살 사건은 올해 기업공개(IPO)로 수백억달러를 조달하려는 디디추싱의 계획에도 차질을 줄 전망이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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