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아이' 김여진 "슬픈 마음이 가는 길, 담담하게 그려"

입력 2018-08-27 15:25  

'살아남은 아이' 김여진 "슬픈 마음이 가는 길, 담담하게 그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제목이 주는 무거움 때문에 대본을 받고도 한참 묵혔다가 봤어요. 보면서도 거절해야지 생각했다가, 다 읽은 순간 내 역할이구나 하는 촉이 왔죠."
영화 '살아남은 아이'(신동석 감독)에 출연한 배우 김여진(46)을 27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만났다.
이 작품은 아들을 잃은 성철(최무성), 미숙(김여진) 부부가 그 아들이 죽어가면서 살린 아이 기현(성유빈)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김여진은 아들을 잃은 뒤 실의에 빠진 엄마 미숙을 연기했다. 미숙은 기현을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차츰 마음의 문을 열지만, 그가 아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털어놓자 다시 한번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다.


"여태까지 슬픔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묘사한 작품은 본 적이 없어요. 미숙은 매일같이 울고불고하지 않죠. 어떤 날은 더 힘들었다가, 또 다른 날은 덜 힘들었다가 하죠. 관객에게 울음을 강요하지 않아요. 대본을 덮었을 때 그런 인물의 감정선, 동작 등이 머릿속에 영화를 보듯 세세하게 그려졌어요."
아무리 배우라도 자식을 잃은 부모 연기는 쉽지 않았을 터. 20년 연기 경험을 지닌 베테랑이지만,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해야 했다고 한다.
"울지 않는 신(scene)인데, 촬영 때 계속 눈물이 날 때가 많았어요. 1초만 상상해도 너무 아파서 과하게 몰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촬영 전에는 일부러 최무성 씨와 말을 계속 주고받으면서 놀았어요."
극 중 미숙은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결코 극복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안다. 평생 그 고통과 슬픔을 껴안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죽은 아들이 그토록 원한 둘째를 가지려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여진은 "누군가 감당하지 못한 슬픔에 빠졌을 때 무엇으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을까, 또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가에 관한 영화"라며 "슬픈 마음이 향하는 길을 관찰하는 작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찍고는 함부로 남의 슬픔을 판단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미숙에게는 주변 그 어떤 말도 다 상처가 돼요. 누군가 진짜 그렇게 슬퍼한다면, 그저 옆에 가만히 있어 주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김여진은 '마녀의 법정'(2017), '그루미 그린 달빛'(2016), 영화 '아이들…'(2011) , 연극 '리처드 3세' 등 드라마와 영화, 공연을 넘나들며 활동했다.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소신 발언을 한 그는 지난 정권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7살 난 아들을 둔 그는 "그동안 육아에 전념했다. 지난 시간은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다. 아이가 잘 커 줬다"면서 "지금부터는 (일과 육아의) 균형점을 맞추는데 신경을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이 뭐 있나요. 일과 사랑이죠. 저글링을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떨쳐버리고, 양쪽 다 욕심을 내려놓고 앞으로는 같이 가야 할 것 같아요. 또 배우로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싶어요. 코미디와 액션을 꼭 하고 싶은데, 감독님들이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네요. 하하"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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