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학대 감시단체 주장…피해 생존자만 8천600여명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의 가톨릭 교회와 보험회사들은 성직자를 포함한 교회 관계자들의 성 학대 문제로 1980년대 이래 모두 4조2천억 원가량을 썼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는 최근 아일랜드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거 광범위하게 벌어졌던 가톨릭 교회 내 성 학대를 사죄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거듭 약속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은 26일(현지시간) 가톨릭 교회 내 학대 주장을 추적·감시하는 비수익단체 '비숍 어카운터빌리티'(BishopAccountability) 측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미국 가톨릭계는 법적 분쟁이나 피해 주장에 대해 자체 자금이나 분쟁에 대비해 미리 가입한 보험을 통해 지급했다.
이들 비용은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변호사들에게도 돌아갔다.
최대 보상 사례로는 200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지급된 총 6억6천만 달러(7천350억 원)다. 당시 가해자는 신부와 평신도 교사, 교회 직원 등 221명이었으며, 피해자는 508명이었다.
성 학대 피해 생존자는 8천600명 이상으로 집계됐으며, 가해 성직자의 수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분쟁이 해결된 사례 일부는 가해 성직자의 수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 학대 발생 주(州)는 미국 전체 주의 절반가량인 24개에 달했다.
가톨릭계는 현금 보상뿐만 아니라 희생자를 위한 직통전화 개설,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마련 등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약 2주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는 과거 가톨릭 성직자들에 의한 상습적이고 광범위한 아동 성적 학대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당시 펜실베이니아 대배심은 약 70년에 걸친 주내 성직자의 아동 성 학대 의혹에 대해 2년여를 조사, 가해 성직자만 300명이 넘고 피해 아동은 1천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대배심은 기록이 없어졌거나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고백하기를 꺼린 점 등을 고려하면 아동 성 학대 피해자 수는 수천 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39년 만에 아일랜드를 방문한 교황은 지난 25일 가톨릭 교회 내 성폭력에 교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을 "치욕과 고통"이라고 자책하고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했다.
그러나 교황 스스로 과거에 한 추기경의 성 학대 의혹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주장이 최근 가톨릭 내부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터져 나오면서 가톨릭계는 난처한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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