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의 기억'…여순사건 70주년 기념사업 본격화

입력 2018-08-27 16:28  

'아픈 역사의 기억'…여순사건 70주년 기념사업 본격화
진상규명·희생자 명예회복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여순(麗順)사건 70주년을 맞아 여수시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본격적으로 기념사업 준비에 나섰다.
민간인과 경찰 유족 대표가 참여하는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가 꾸려진 데 이어 27일에는 여수, 순천 등 동부권 6개 시군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여순항쟁70주년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가 출범했다.



지난 17일 공식 출범한 여순사건 70주년기념사업회는 민간 유족회장과 순직경찰 유족 대표, 안보·보훈단체,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22명으로 구성됐다.
민간인 유족과 순직경찰 유족 등 그동안 역사의 아픔으로 갈등을 겪어왔던 단체가 모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추진위원회는 박정명 한국예총 여수지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70주년 기념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여수시는 여순사건 지원조례에 따라 1억4천600만원을 추진위에 지원한다.
추진위원회는 적은 예산이지만, 위령제와 학술대회, 시민토론회, 여순사건 유적지 걷기, 지역 예술인 추모 공연 등 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날 출범한 여순항쟁70주년 기념사업회는 여수, 순천, 광양, 구례, 보성, 고흥 지역 시민·사회·노동·환경 등 79개 단체가 참여했다.
추진위원회가 보수와 진보를 모두 망라한 단체라면 기념사업회는 진보적인 단체 위주로 구성됐다.
여순사건을 보는 시각도 조금 차이가 있다.
추진위원회는 여순사건을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발생한 가슴 아픈 사건'으로 바라봤지만, 기념사업회는 '해방 이후 분단을 거부한 통일운동의 연장'으로 보고 명칭도 '여순항쟁'으로 부른다.
여순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있지만 두 단체 모두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정명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여순사건에서 희생된 민간인과 군경 유가족회가 70주년을 맞아 망자의 한을 함께 치유하자는 의미로 뜻을 모으게 된 점이 매우 의미 있다"며 "여순사건은 현대사의 전개과정에서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발생한 가슴 아픈 사건으로 반드시 역사적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순항쟁 70주년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여순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항쟁으로 봐야 한다"며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정부 진압군과 맞서는 과정에서 민간인이 집단 희생된 사건이다.
수많은 민간인과 군경이 숨졌지만, 군인들이 일으킨 반란 사건으로 간주해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18, 19대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이 지난해 4월 여순사건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해 현재 계류중이다.
minu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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