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가들 예방접종 비율 계속 하락…전염병 급증 우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에서 올해 들어 홍역이 급격히 번지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 정부가 각종 질병에 대비한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어린이는 보육센터에서 수용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당장 보육센터를 통해 질병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책일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에서 계속 하락하는 질병 예방접종 비율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론은 전했다.
27일 네덜란드 방송인 RTL 뉴스 보도에 따르면 타마라 폰 아크 사회복지 담당 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어린이 보육센터는 안전한 곳이 돼야 한다. 어린이 돌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방접종 비율 하락에 대한 우려를 이해한다"면서 "보육센터에서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 수용을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유럽에서는 홍역이 크게 번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유럽 지역에서 4만1천 명이 홍역에 걸려 37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작년에 유럽에서 홍역에 걸렸던 사람이 2만4천 명, 지난 2016년 약 5천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올해 대부분의 홍역 감염사례는 동유럽 지역에서 발생했지만, 선진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1천 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보고돼 전체 유럽이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최근 들어 볼거리, 홍역, 풍진 등 각종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 비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어 앞으로 각종 전염병이 급증할 위험성이 있다며 보건담당 기구들은 경고하고 있다.
WHO는 예방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 제대로 보장되려면 예방접종비율이 95%를 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네덜란드의 경우 이미 4년 전에 예방접종률이 95% 아래로 떨어졌다고 RTL 뉴스는 지적했다.
특히 네덜란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네덜란드 2살 어린이의 홍역 예방접종률은 90.2%에 그쳤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네덜란드 의회에서 다수를 점하는 자유민주당(VVD)을 비롯한 3개 연립여당은 정부의 이런 방침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VVD의 핵심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아이들이 위험할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위험하다는 것을 부모들에게 알려야 한다면서 "예방접종 비율이 계속 떨어진다면 의무적인 예방접종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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