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확 풀어 '마중물' 전략…일자리예산 효과 있을까

입력 2018-08-28 10:01   수정 2018-08-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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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확 풀어 '마중물' 전략…일자리예산 효과 있을까
일자리예산 2년간 42조원 투입…고용지표는 악화 일로
SOC 4년연속 축소, 생활형 SOC는 확대…전문가 "적정수준 유지 필요"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정부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경제의 역동성을 되찾으려면 적극적인 재정운영으로 고용 악화, 소득 양극화, 저출산, 저성장의 악순환을 차단하고 구조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 소득분배,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축소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 우려나 양호한 세수여건 등을 종합 고려하면 지금 나라 곳간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일자리예산의 실효성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 구조적 난관 극복 위해 최대 규모 '돈 풀기'…마중물 역할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부닥친 것은 아니지만 성장 동력 하락이나 고용 악화 등 구조적 한계에 접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긴축 재정보다는 확장 재정을 택할시점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 경제 질서 확립 등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경제 구조 변화와 개혁을 달성하려면 재정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심각성을 더하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민간 투자·고용을 촉진할 마중물 역할로 재정 투입이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또 소득분배 악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나 내수 부진을 방지하고 경제 선순환을 뒷받침하려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취약계층 자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세수여건 호조로 적극적 재정을 추진할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했다.

2019년도 총수입이 481조3천억원으로 올해보다 34조1천억원(7.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도 지출 예산안을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큰 폭으로 확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470조5천억원으로 편성했다.
전체 지출 예산 규모는 2018년 본예산(428조8천억원)보다 41조7천억원(9.7%) 늘어난 수준이다.
분야별로는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이 17조6천억원(12.1%) 늘어나 증가액이 가장 컸다.
일자리예산은 4조2천억원(22.0%) 늘어난 23조5천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교육분야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6조2천억원 늘어나면서 6조7천억원 확대 편성됐다.
국방 분야가 3조5천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지출 계획이 2조3천억원 확대됐다.
일반·지방행정 분야는 지방교부세가 6조8천억 증액되면서 8조9천억원 늘었다.
12개 분야 가운데 SOC 예산이 유일하게 감소해 5천억원 축소된 18조5천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SOC 분야는 확정된 본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2015년도에 전년 대비 4.7% 증가해 24조8천억원을 기록한 이래 내년도(예산안 기준)까지 4년 연속 축소될 전망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경기를 살리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지출을 10% 가까이 늘리는 재정확장 정책은 최근의 고용둔화 추세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일자리예산을 늘려 청년고용을 늘리는 것도 단기적으로 중요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 2년간 일자리예산 42조원…고용지표는 '곤두박질'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는 일정 부분 평가받고 있으나, 그 효과에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재정 확대에는 한계가 있으며, 구조적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투자를 촉진하도록 정부 재원만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예산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일자리정책 재정사업 분석'을 보면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과 관련된 5대 분야 2017∼2018년 예산은 약 42조5천820억원(2017년 18조3천861억원, 2018년 24조1천959억원)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전례 없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최근 고용지표는 금융위기 후 가장 좋지 않다.
실업자는 7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었고 작년에 월평균 31만6천 명이던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1∼7월 월평균 12만2천300명에 그쳤다.
가장 최근 집계한 7월 취업자 증가는 5천 명에 불과해 고용이 사실상 정체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자리정책이 민간 투자를 자극하지 못하고 공공부문에 치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민간에서 일자리를 확대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야 하는데 지금 재정지출로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한시적인 공공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단기적인 처방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일자리 사업은 확보된 예산 집행률이 저조해 정책 설계가 정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산정책처의 '2017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추경으로 신규 편성된 중소기업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의 경우 사업 초기 인지도 저조 등의 이유로 예산현액의 31.7%만 집행됐고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은 본예산 476억원에 추경 예산 233억원을 추가 편성했으나 수요 예측을 잘못해 45.8%만 집행됐다.
정부 분류 기준 일자리 예산은 내년에 올해보다 확대할 전망이며 사업의 실효성있는 집행이 적극적 재정의 성과를 상당 부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 SOC 사업예산 4년째 축소
전통적으로 일자리 창출이나 경기 부양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SOC 사업예산은 내년에도 감소한다.
작년에 국회에서 확정된 19조원 보다 2.3% 감소한 18조5천억원으로 편성했다.
정부 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SOC 예산은 적어도 최근 10년 사이에는 최소 규모가 된다.
다만 전년도 확정안 기준 정부 예산안 감소율이 2016년도 6.0%, 2017년도 8.2%, 2018년도 20.0%였던 데 비하면 감소율은 축소했다.
정부는 전통적인 SOC 예산은 축소하되 생활형 SOC 투자를 확대해 삶의 질 향상, 지역 일자리·경제 활성화를 함께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시설, 도시 재생, 복지시설 확충 등 사업이 여기에 포함되며 내년도 예산안에는 2018년(5조8천억원)보다 약 2조9천억원(50%) 늘어난 8조7천억원이 반영됐다.
이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SOC 예산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중기적으로 SOC 예산을 계속 줄이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문화체육관광 시설 확대와 함께 도로 등 (전통적인) SOC도 지속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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