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휴일도 없이 공연준비 강요한 대학…인권위 "인권침해"

입력 2018-08-28 12:00  

주말·휴일도 없이 공연준비 강요한 대학…인권위 "인권침해"
아르바이트도 못하고 수업까지 차질…총장에 관행 개선 권고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학이 학생들에게 매년 연극공연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런 관행을 개선할 것을 총장에게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인권위는 모 대학 보육학과 학생들로부터 매년 1학기면 주말과 휴일에도 아동극 공연 준비를 강요받았다는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건강이 몹시 나쁘거나 가정에 중대한 일이 있는 경우, 또는 실습을 해야 하는 4학년 학생을 빼고는 보육학과 1∼3학년 학생 전원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공연 준비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은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의 기간 중 중간고사 때를 제외하고 평일 4시간 넘게 공연을 준비했고, 수업이 없는 평일과 중간고사가 끝나는 4월 말께부터는 쉬는 날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연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162명 중 93명(57.4%)이 참여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런데도 참석한 이유로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분위기였다'거나 '불참하면 필수과목을 수료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돼 졸업이 어렵다고 안내받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설문에 응한 학생 중 71명(43.8%)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거나 시작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응답했다. 실제 각 공연 팀장은 팀원들에게 준비 시간을 확보하도록 평일에 아르바이트하지 말라는 공지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학생 33명(20.4%)은 밤늦게까지 공연을 준비하느라 다음 날 아침 수업에 지장이 있었고, 공연 기간 결강한 수업은 보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학과 측은 "오랜 기간 수준 높은 아동극을 공연함으로써 학교와 학과의 인지도를 높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학생들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취업 이후 활용할 여러 경험을 습득하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취업 등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며 "공연 동참 여부에 개개인의 의사를 반영하면 현실적으로 높은 수준의 공연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해당 학과에서 학칙 등의 관련 근거 없이 학생 개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참석을 강제한 탓에 공연 준비로 발생하는 이익보다 개개인의 기본권 제한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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