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유력 인터넷 매체, 반성하지 않는 자국인들 비판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태국인 불법체류자 문제로 골치를 앓아온 한국 법무부가 최근 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일시 중단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태국 내에서도 자국민의 한국 불법체류에 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당국에 체포된 뒤에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일부 불법체류자를 겨냥해 국가 이미지에 먹칠한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태국 유력 인터넷 매체인 카오소드(http://www.khaosodenglish.com/)는 27일 태국인에 대한 한국정부의 비자 면제 중단설이 제기된 가운데 불법체류자로 체포된 여성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이 비난을 촉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상을 보면 한국 당국에 검거된 태국 여성 다수가 손목에 수갑을 찬 채 구금시설에 줄지어 앉아 있다.
불법체류 혐의로 붙잡힌 이들은 구금시설에서 서로 장난을 치거나 웃고 떠들고, 촬영 중인 휴대전화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작은 유령'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촬영자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서울에서 수갑을 차고 있다. 기념 목적으로 이 영상을 찍고 있다"고 했다.
파타피 잇티뽄이라는 이름의 한 네티즌은 "법을 어기고 나라의 명성을 훼손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페이스북 이용자 사라윳 쑥자이밋은 "뭐가 그리 자랑스럽고 행복한지 모르겠다. 내가 거기 있었다면 그들의 얼굴에 내 발자국을 찍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오소드는 늘어나는 불법 이민자 문제로 40년간 유지되어온 태국과의 무비자 제도에 대해 중단을 추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보도 후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올라온 영상이 또 다른 비난을 촉발했다고 언급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불법체류자는 31만2천346명이다. 이 가운데 10만 명 이상이 태국인으로, 이들은 사증 없이 입국한 불법체류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태국은 비자 면제 협정에 따라 상대국 관광객에 90일간 무비자 체류를 허용한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태국인 관광객은 50만 명에 육박하며 이는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많다.
한 국내 언론은 최근 법무부가 불법체류자 문제를 이유로 비자 면제 중단을 추진했지만, 외교부가 반대해 검토가 중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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