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2009년 쌍용차 노조의 파업농성 진압 당시 경찰 공권력 행사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이어 두 번 째다. 진상조사위의 조사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다. 일선 경찰청이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파업농성 진압 계획을 짠 것은 물론이고, 대테러 장비를 시위 진압에까지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공권력 행사의 총체적 난맥상을 보인 대표적 사례로 꼽힐 만하다.
쌍용차 노조는 회사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그해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평택공장 점거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대테러 작전에 투입하는 특공대와 장비까지 동원해 대규모 강제진압에 나섰다. 작전을 지휘한 경기지방경찰청은 대테러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경찰청의 지시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다목적발사기로 스펀지탄 35발을 노조원들에게 발사했다. 테이저건을 노조원의 얼굴을 향해 쏘기도 했다고 한다.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는 테러범이나 강력범 진압 등에 동원되는 장비다. 노조원의 폭력시위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이 장비는 테러범이나 강력범을 진압할 때도 부득이한 경우에만 최소의 범위에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상조사위는 이러한 장비 사용이 '경찰관직무집행법',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 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또 노조원들의 농성을 풀기 위해 헬기를 동원하고 발암물질로 분류된 최루액까지 엄청난 양을 시위대에 뿌렸다. 과연 시민의 안위와 재산 보호가 주 업무인 경찰관들이 행한 일인지 귀를 의심할 정도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헬기에 물탱크를 장착해 최루액을 섞은 물 20만ℓ를 노조원들을 향해 뿌렸다. 이 최루액의 주성분인 CS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 발암물질이고, 농도가 짙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진상조사위 발표 중에는 믿기지 않는 대목이 또 있다. 파업농성 진압작전이 경찰의 엄정해야 할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세워진 것이다. 당시 진압작전에 나선 경기경찰청은 상급기관인 경찰청을 뛰어넘어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고용노동 담당 비서관과 직접 접촉해 최종 승인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여전히 노사협상 여지가 있어 시간을 더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강제진압에 반대했으나,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청와대로부터 직접 작전을 승인받았다. 더구나 경찰 내에 '인터넷 대응팀'을 만들어 노조원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댓글과 영상을 올리는 등 여론전도 폈다고 하니 과연 이들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란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쌍용차 파업 진압'은 경찰이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사안이다. 노사 자율의 원칙으로 해결되어야 할 노동쟁의에 경찰이 과도한 공권력을 동원할 경우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진상조사위의 권고대로 공식적인 사과 방안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한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건도 적극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
경찰의 과잉 진압은 시위대의 폭력성에 원인이 있는 경우도 많다. '쌍용차 파업 진압' 진상 조사를 계기로 정당한 공권력을 집행할 때 과격·폭력시위로부터 진압 경찰을 어떻게 보호할지 등 대응 매뉴얼도 다시 짜야 한다.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꼼꼼히 검토하고 실행 방안을 마련해서 시민의 사랑을 받는 경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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