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내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5천억 원으로 정해졌다. 이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느라 지출을 많이 늘렸던 2009년(10.6%) 이후 가장 높다고 한다. 올해 지출 증가율 7.1%보다 훨씬 높고, 내년 경상 성장률 전망치 4.4%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며,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보건· 복지·노동 예산이 12.1% 늘어난 162조2천억 원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정부가 슈퍼예산을 편성한 것은 한국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펼쳐왔다. 이런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면 소비가 늘어나게 되고 경제성장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이런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뚜렷한 효과를 못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국내외 여건상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과감한 재정확대 정책이 필요한 것은 맞다.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에 직접적 자극을 주는 거의 유일한 정책 수단이 재정이다. 정부의 재정투입이 효과를 거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저소득층의 소득도 늘어나고, 경제성장률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결과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고자 했으나 취업자 수 증가율이 지난 7월에는 5천 명에 머물렀다.
예산의 세부 분야별로도 아쉬운 대목이 있다. 가장 시선을 끄는 일자리 예산은 작년보다 22.0% 늘어난 23조5천억 원이지만 기존 일자리 유지를 위한 보조금 성격이 강한 편이다.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내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오히려 2.3% 줄었다. 근원적인 일자리 창조 분야인 연구개발(R&D)은 20조 원을 넘어섰지만 올해보다 3.7%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재정 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신경 쓰이는 부문이다. 정부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세수여건이 좋다고 하지만 경기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복지예산은 한번 투입하면 지속해서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재정에 부담된다. 정부의 추계만 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6%에서 내년에는 -1.8%, 2022년에는 -2.9%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면 위기 발생 시에 정부의 대응력이 떨어지고, 국가 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 예산안은 최종안이 아니다. 국회가 심의해서 고칠 것은 고치고, 조정할 것은 조정하게 된다. 여야는 심의과정에서 민간분야에서 활력이 생기도록 하는 방안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는 결국 민간분야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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