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항상 혼자였다"…환경운동가 출신 윌로, 방송서 돌연 사의표명
원전감축 연기, 수렵규제 완화 등에서 목소리 못내…"실망 쌓여 사퇴결정"
마크롱 "결정 존중…그가 다른 방식으로 신념 지켜가길 희망"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환경운동가 출신인 프랑스의 환경장관이 원자력발전 감축 등을 놓고 대통령·총리와 이견을 보이다가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내각에서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각료가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기도 전에 언론에서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의 국정운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니콜라 윌로 프랑스 환경장관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에 출연해 내각에서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항상 혼자인 것처럼 느껴졌다"면서 "정부를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젯밤에 결정을 내렸다"면서 "실망이 누적돼 이런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윌로 장관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나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하기도 전에 이날 방송 출연 도중 장관직을 내려놓는다는 뜻을 깜짝 공개했다.
그는 마크롱의 발탁으로 환경장관으로 입각하기 전에는 환경운동가이자 환경·생태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자, 방송 진행자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윌로 장관이 정부를 떠나기로 한 것은 마크롱 대통령과 원전 정책 등에서 심각한 의견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프랑스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재임 때인 지난 2015년 전력 생산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75%에서 2025년까지 50%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마크롱은 이런 일정을 다소간 미루기로 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원전 감축 일정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크롱은 작년 12월 이런 내용을 발표하면서 "프랑스, 유럽, 국제사회의 최우선과제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이며 원전은 가장 탄소배출을 하지 않으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원전에 반대해온 윌로가 원전기업 아레바의 고위직을 지낸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 등 정부 내 원전 감축 반대론자들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굴복했다는 해석도 있었다.
아울러 윌로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이 농촌과 산간지방에서의 유권자들을 의식해 최근 수렵 금지를 완화한 것에도 반발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7일 수렵 허가증 발급에 필요한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렵금지 완화안을 발표했는데, 채식주의자이자 동물권 옹호론자인 윌로는 수렵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관철되지 않은 데 대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윌로는 또 지구온난화를 막고 생물 다양성 위기를 피하려는 프랑스와 다른 나라들의 노력이 미미한 수준이었다면서 "우리가 이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싶진 않았다"고 밝혔다.
윌로는 현직 장관 중에서도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각료였기에 마크롱 정부의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마크롱의 국정 지지율은 권위주의적 리더십 논란과 동시다발적인 개혁과제 추진으로 인한 피로감 등이 겹쳐 현재 취임 직후의 절반 수준인 30% 중반대로 추락했다.삼고초려 끝에 윌로를 환경장관에 발탁했던 마크롱은 덴마크 방문 중에 그의 사의 표명 소식을 듣고는 "윌로는 자유인이었다. 그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켜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대통령과 총리에게도 알리지 않고 사의 표명을 한 것은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벤자맹 그리보 정부대변인은 BFM 방송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고 "임기 첫해에 장관 본인의 공으로 많은 성과를 낸 시점에서 왜 그만둔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의 사퇴는 우리에게 타격"이라고 말했다.
파리정치대학 정치연구소(Cevipof)의 다니엘 브와 박사는 AFP통신에 "윌로의 사임은 정부가 환경이슈에서 제대로 일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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