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업계 상품화 가슴 아파…선배들이 고쳐야"
스페셜 앨범 '하트' 발매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데뷔 20주년을 맞은 최장수 아이돌 신화가 오랜 시간 팀을 지킨 비결이 "없다"고 말했다.
신화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아모리스 타임스퀘어점에서 스페셜 앨범 '하트'(HEART) 발매 기자간담회를 열고 팀이 스무 살을 맞기까지 소회를 밝혔다.
1998년 3월 24일 데뷔한 신화는 정규앨범 13장을 낸 현재 진행형 아이돌이다. 단 한 번의 멤버 교체나 해체도 없었다.
김동완(39)은 "사실 비결은 없다. 비결이 있다면 그걸 통해 다들 장수하고 잘 살 것이다. 운이 좋았던 게 제일 컸다"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후배 중에 팀이 와해되고, 문제를 일으켜 연예인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더라.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이 다르다. 사랑이 제일 중요한 사람도 있고 여가나 가족이 중요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추구하는 행복의 방향을 이해해줘야 관계가 오래간다. 저희는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운명의 굴레가 서로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멤버들은 '초심'을 언급했다.
리더 에릭(본명 문정혁·39)은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선생님이 프로듀싱해주셨을 때 신화의 첫 모습이 '트렌디한 댄스 음악을 하는 그룹'이었다"며 "20년이 지났어도 멤버들은 초창기 정체성을 놓치지 않고 현재에 맞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드리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우(39)도 "초심이 무너지면 언젠가는 무너진다"고 거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로는 음악방송 첫 1위를 안겨준 2집 타이틀곡 'T.O.P.'(1999년)와 서울가요대전 대상, SBS 가요대상을 안겨준 7집 타이틀곡 '브랜드 뉴'(2004년)를 꼽았다.
에릭은 "'브랜드 뉴'로 받은 대상은 큰 기획사(SM)에서 나와서 저희 힘으로 회사를 만들어 이룬 성과라 더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저마다 개인 활동으로 승승장구하면서도 팀을 지킨 이유를 묻자 멤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동완은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저희가 더 잘 되길 바라는 건 팬밖에 없더라"며 "그래서 고집이 생겼다. '언젠간 헤어지겠지?'라고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그래, 죽을 때까지 안 헤어져 주마'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함께 늙어가는 팬클럽 신화창조를 향한 애정도 표시했다.
이민우는 "초창기부터 응원해주던 팬들은 텔레파시를 보내는지, 신기하게도 꼭 알아보겠더라"며 "학생이었던 그분들이 아기나 남편과 함께 공연장에 온 걸 보면 정말 뿌듯하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릭은 "요즘은 기자분들 중에도 신화창조가 있더라. 저희를 응원하던 학생이 자라서 사회의 적재적소에 계시기 때문에, 신화가 힘을 발휘할 시기는 지금부터인 것 같다"고 농반진반 말했다.
우애 좋기로 유명한 팀답게 서로에 대한 애정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민우는 "쉽지만은 않았던 지난 20년을 같이 해왔다는 것 자체로 고맙고, 다시 태어나도 이 멤버들을 만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룹"이라고 추켜세웠다.
김동완은 예쁜 호숫가에 집 여섯 채를 짓고 함께 살고 싶다면서 "요즘 정부 정책과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려 많은 분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에서 계속 옥죄면 부동산 가격이 잡힐 거라 생각한다"며 "그때 호수 근처 땅을 알아봐서 꿈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1세대 아이돌로서 오늘날 업계도 작심 비판했다.
김동완은 "아이돌이 일하는 세상이 과연 행복한 곳인지 늘 생각한다. 자살한 후배들을 봐도 그렇고, 처절하게 상품화되는 여자 아이돌을 봐도 가슴 아프다"며 "선배들이 반성하고 제작자들도 자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이돌 산업이 너무 일본을 따라간다. 이런 시장을 가진 나라에서 과연 페미니즘을 운운할 수 있는 것인가"라며 "이 업계에 있는 사람들 모두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화가 이날 공개한 20주년 스페셜 앨범 '하트'에는 타이틀곡 '키스 미 라이크 댓'을 비롯해 윤미래가 피처링한 '인 디 에어', '레벨', '히어 아이 컴', '러브', '떠나가지 마요'까지 총 6곡이 담겼다. 신혜성(본명 정필교·39)은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서 데뷔 이래 처음으로 키스신에 도전했다.
에릭은 "기존에 보여드린 곡과 달리 힘을 덜 쓴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다"면서 "저희는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그룹이다. 항상 빠르고 강한 곡을 하면 비슷한 퍼포먼스밖에 보여드릴 수 없기에 다른 느낌을 주려고 고심했고, 지금 나이대에 어울리는 절제된 퍼포먼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신화는 10월 6~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주년 기념 공연 '하트'를 개최한다. 체조경기장은 신화의 첫 콘서트 장소이자 지난 2008년 10주년 기념 콘서트, 2012년 멤버들의 군 복무 이후 4년 만의 컴백 무대를 연 곳이다. 공교롭게도 H.O.T., 지오디(god),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도 비슷한 시기에 콘서트를 연다. 신화는 입을 모아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멤버들을 대신해 신혜성은 팬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갓 데뷔한 신인처럼 "안녕하십니까. 어린왕자 신혜성입니다"라고 우렁차게 외치며 꾸벅 인사했다.
"신화하면 '20년 장수그룹'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시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세련된 음악과 무대를 준비해 방송과 공연을 열심히 하는 댄스 아이돌 그룹이라고도 봐주시면 좋겠어요. 전 국민이 저희 본명을 알 때까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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