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원쥔 보면 정말 대단해…정혜림 선배도 축하"
(자카르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병준(27·창원시청)은 "실력도, 준비도 부족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2∼3주만 더 있었다면"이라는 아쉬움도 감추지 못했다.
김병준은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110m 허들 결선에서 13초57로 5위에 올랐다.
한국 육상이 기대했던 '남자 110m 허들 아시안게임 2회 연속 메달' 달성에 실패했다.
경기 뒤 만난 김병준은 "올해 초에 오른쪽 무릎 부상과 왼쪽 내전근 부상이 이어지면서 훈련량이 부족했다. 실전 경기를 치르면서 감각을 올려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며 "준비가 부족한 상태여서 대회 전까지는 메달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실제 경기에 나서니, 메달 욕심은 생기더라"고 털어놨다.
김병준은 박태경 현 육상대표팀 코치 뒤를 잇는 '한국 남자 허들의 일인자'다.
그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13초43으로 당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경 코치는 2002년 부산과 2010년 광저우에서 동메달을 땄다. 김병준이 자신의 우상인 박태경 코치를 넘어 한국 남자 110m 허들 최초로 은메달을 땄다.
김병준의 다음 목표는 박 코치가 이루지 못한 아시안게임 2회 연속 메달 획득이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김병준은 "지난 일이지만 '준비할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이라는 아쉬움은 생긴다"고 했다.
이번 대회 우승은 셰원쥔(중국)이 차지했다. 셰원쥔은 13초34로 가장 먼저 결승선에 도달해 인천에 이어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셰원쥔은 김병준이 "꼭 넘고 싶은 선수"로 꼽는 또 하나의 목표다.
김병준은 "셰원쥔이 올 시즌에는 기록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큰 대회에 오니 좋은 기록을 내더라. 역시 좋은 선수"라며 "셰원쥔은 정말 기계 같다. 나도 먹고 싶은 것 참아가면서 훈련하는데, 셰원쥔은 어느 정도로 참고 인내하며 훈련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했다.
자신의 경기에 대한 아쉬움에 사로잡혔던 김병준은 함께 훈련했던 '허들 동료'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정혜림은 김병준에게 "너는 한국 기록(13초39)도 보유했고, 아시안게임 메달도 있다. 부럽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정혜림은 여자 100m 허들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안게임 노메달의 한을 풀었다.
김병준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내가 먼저 경기를 치러 은메달을 따고, 혜림 누나가 나중에 경기해 4위를 했다. 이번에는 먼저 경기를 한 혜림이 누나가 금메달을 따고, 나는 5위를 했다"며 "내가 메달을 못 따서 아쉽지만, 혜림 누나의 금메달 획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 내 경기도 끝났으나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웃었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