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뒤 인터뷰 통해 해명…"초청 수락 기대 안 했다"
야당 "국가안보회의 소집…우방국, 오스트리아 정보기관 기피 우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결혼식에 초청했다가 외교적 중립 논란에 휘말렸던 카린 크나이슬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이 자신은 이용당한 게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크나이슬 장관은 전날 일간 데어슈탄다르트 인터뷰에서 "푸틴은 나를 어떤 식으로도 이용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신뢰를 갖고 어떤 것들에 관해서는 이야기하는 게 가능한 사이다"라고 말했다.
이달 18일 오스트리아 남동부의 작은 마을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푸틴 대통령은 신부인 크나이슬 장관과 춤을 췄는데 마지막에 크나이슬 장관이 푸틴 대통령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 언론에 실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유럽 국가들의 정보기관들이 러시아를 의식해 오스트리아 정보기관과 거리를 두게 될 것이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크나이슬 장관은 무소속이지만,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를 반대하는 친러 성향의 극우 자유당 몫으로 연립정부에 입각했다. 자유당은 2016년 러시아 집권여당인 통합러시아당과 상호협력 협정을 맺기도 했다.
올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인 오스트리아는 영국에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이 독살당한 뻔한 사건이 벌어진 뒤 EU, 러시아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을 때도 중립을 선언하며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크나이슬 장관은 올해 6월 푸틴 대통령이 빈을 공식 방문했을 때 결혼식에 초청했다며 마침 그날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다른 각료들에게 청첩장을 전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식에 초청하는 게)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초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며 "초청 수락은 우리 모두에게 놀라운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22일 결혼식 참석 논란이 커지자 전적으로 사적인 자리였다고 말했다.
크나이슬 장관은 결혼식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리아 문제를 짧게 얘기했다면서 대화 내용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오스트리아 야당인 사회민주당 등은 오스트리아가 러시아와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우방 국가들이 오스트리아 정보기관과 협력을 기피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국가안보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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