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베 만나 '난 진주만을 기억한다'며 무역압박"

입력 2018-08-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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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베 만나 '난 진주만을 기억한다'며 무역압박"
WP "미일 정상관계, 트럼프의 대북접근법·무역적자 불만에 교착 상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돈독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8번을 만나고 26번 전화통화를 했던 두 사람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 듯 보였지만, 최근 몇 달간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 그리고 대일(對日) 미국 무역적자에 대한 그의 강한 부정적 인식이 주 요인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지난 6월 미국 백악관 방문 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뜻밖의' 공격을 받았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제2차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사건을 언급하며 "나는 진주만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일본 경제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평을 시작했다. 또 일본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에 불만을 표명하고 아베 총리에게 미국 쇠고기·자동차 업체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양자 무역협상을 하자고 촉구했다.
다른 어느 정상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던 아베 총리는 이에 실망했다고 한다.
WP는 이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해외 정상들이 처한 역설적인 상황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일본 전문가 고토 시호코 연구원은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강한 양자 관계로 나타나길 바랐지만, 안보와 경제 전선에서 어려움에 부닥쳤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경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지금이 아니라 1980∼1990년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미국 동맹국으로서는 유일하게 미국의 철강 관세 유예 대상국에서 빠졌고, 지금은 자동차 관세 부담까지 추가로 안을 처지에 놓여있다.
트럼프 정부로서도 위험 부담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경제 데이터를 잘못 말했고, 북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조언을 무시하기도 했다.
6·12 북미정상회담 며칠 전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아베 총리는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할 때까지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종전합의를 들어주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아베 총리와 가까운 인사가 전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모두 양국 관계가 여전히 튼튼하고, 두 정상이 전임 대통령 시절에 비하면 더 쉽게 자주 소통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경제, 안보 문제에 있어 일본의 인내심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지난 7월 일본이 미국에 알리지 않고 북한과 베트남에서 '비밀 회담'을 한 게 일례다.
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7월 "일본 국익에 해가 되는 것은 어느 나라와도 하지 않겠다"고 보다 단호한 말로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실제로 일본산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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