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前대법관 '시골판사'로 새출발…"봉사하는 자세로 업무"(종합)

입력 2018-08-29 13:47  

박보영 前대법관 '시골판사'로 새출발…"봉사하는 자세로 업무"(종합)
대법관 출신 첫 시·군법원 판사…김영란·전수안 이어 3번째 여성대법관
한국여성변회장 등 맡아 여성권익 기여…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엔 이태수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지난 1월 퇴임한 박보영(57·사법연수원 16기) 전 대법관이 소송액 3천만원 이하 사건을 다루는 시·군법원 판사로 법관직을 다시 수행한다. 대법관 등 최고위급 판사 출신이 시·군법원 판사로 임명된 첫 사례다.
대법원은 29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음 달 1일자로 박 전 대법관을 원로법관에 임명하고,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의 1심 소액사건 전담 판사로 전보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이 전남 순천 출신인 점을 고려해 근접한 여수시법원으로 전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 2일 퇴임한 박 전 대법관은 변호사 개업 대신 사법연수원과 한양대에서 사법연수원생과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지난 6월 재판업무 복귀를 희망하며 법원행정처에 법관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은 "봉사하는 자세로 여수시법원 판사의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대법원에 전했다.
김영란(62·10기)·전수안(66·8기) 전 대법관에 이어 3번째로 임명된 여성 대법관인 박 전 대법관은 1987년 법관으로 임용돼 17년간 재직하면서 서울가정법원 배석판사, 단독판사, 부장판사를 거쳤다. 2004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면서도 가사 분쟁에 힘을 쏟아 국내에서 손꼽히는 가사사건 전문가로 불린다.
판사 시절에는 '재산분할 실태조사'라는 논문을 통해 전업주부에 대한 재산분할 비율이 지나치게 낮게 결정되는 문제점을 지적해 그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1월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에 취임해 다문화 가정과 성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사업을 주도하는 등 합리적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2012년 1월 대법관에 임명된 후에는 남편 몰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베트남 친정으로 돌아간 베트남 여성에게 "미성년자인 아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전처의 자식들과의 재산분쟁을 피하기 위해 남편 사망 직전에 이혼을 하고 재산을 분할받은 사건을 두고는 "적법한 이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등 여성의 권익을 고려하는 판결을 많이 내렸다.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속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노회찬 의원에게 당선무효형인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박 전 대법관이 원로법관으로 근무할 시·군법원은 광역자치단체보다 규모가 작은 지역에 설치돼 있다. 3천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을 주로 다루는 소규모 법원이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법조 경륜이 풍부한 원로 법조인 상당수가 시·군법원 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법원은 1995년부터 원로변호사 등을 시·군법원 판사로 임용해왔고, 지난해 2월부터는 법원장을 지낸 고위법관 중 희망자를 원로법관으로 지명해 시·군법원 재판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조용구(62·11기) 전 사법연수원장, 조병현(63·11기)·강영호(61·12기)·성기문(65·14기)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심상철(61·12기) 전 서울고법원장 등 8명이 원로법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법관 출신으로는 박 전 대법관이 처음 합류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퇴임 대법관이 1심 재판을 직접 담당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상급심도 1심 재판을 더욱 존중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건에 대한 통찰력과 경험을 살려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소액사건에서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된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를 대신해 이태수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새 수석부장판사로 임명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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