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군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집단학살할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인종청소'를 자행했다는 유엔 보고서 발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책임자들을 국제법정에 세우라는 요구가 한층 거세졌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를 두둔해온 중국이 반대 의사를 밝혀 안보리 차원의 책임자 처벌 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29일 AP,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로힝야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날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끔찍한 학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회의는 유엔 진상조사단이 지난 27일 발표한 로힝야족 유혈사태 관련 보고서에 대한 후속 조치를 위해 마련됐다.
보고서는 미얀마군부가 명백하게 인종청소 의도를 갖고 대량학살과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으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 사령관과 다른 다섯 명의 장성을 국제법에 따라 중범죄 혐의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주도하는 미얀마 문민정부도 로힝야족을 겨냥한 증오표현을 사실상 허용하고, 문서 기록들을 폐기했으며 군부의 반인권 범죄를 막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 보고서에 대해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미얀마군에 의해 자행된 엄청난 인권 유린과 학대의 패턴을 찾아냈다"며 "이는 국제법상 가장 심각한 범죄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고서에 담긴 사실들과 제안은 유엔 관련 기구들이 심각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다"며 "이에 대해 신뢰할 수 있고 투명하며, 불편부당한 책임을 물으려면 국제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닉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앞서 발표된 미 국무부의 로힝야족 유혈사태 관련 보고서 내용이 유엔 진상조사단 보고서와 일치한다면서, 로힝야족 학살에 대한 책임이 있는 미얀마군부 지도자들에게 집단학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일리 대사는 "전 세계는 우리가 다음에 어떤 일을 하는지, 우리가 행동하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미얀마군부 지도자에 대한 제재와 처벌에 국제사회가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스웨덴과 네덜란드 등도 유엔 안보리가 로힝야족 학살 책임자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그동안 미얀마를 두둔해온 중국은 국제사회가 이 문제로 미얀마 정부를 압박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밝혀 로힝야족 학살 책임자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우 하이타오 유엔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라카인주 문제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양자간에 풀어야할 문제다. 지금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로힝야족 난민의 조속한 송환"이라며 "이동의 자유나 시민권 보장 등 송환의 조건이 붙어서는 안된다. 이는 점진적으로 풀어갈 문제"라고 말했다.
또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헤일리 대사도 국제법상 처벌 대상인 '제노사이드'라는 표현을 피하는 등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관련 사실과 관련 법률을 면밀하게 분석한 이후에 제노사이드나 반인도법죄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공식 대응을 자제해온 미얀마 정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보고서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관영 일간 더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가 보도했다.
저 타이 미얀마 정부 대변인은 "유엔 진상조사단은 유엔 인권이사회(UNHRC) 결의로 구성됐다. 이미 공표한 바대로 우리는 UNHRC의 결의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진상조사단의 미얀마 입국도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UNHRC에서 내려진 어떤 결정이나 결의도 동의하거나 수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군부의 반인권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아웅산 수치는 전날 양곤대학을 방문해 학생들을 만났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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