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운영난 극복 못해"…롯데 "백화점 완전 철수하는 건 아냐"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국내 백화점 최초의 해외시장 진출로 주목을 받았던 롯데백화점의 러시아 모스크바 점포가 10여 년간의 운영난 끝에 영업을 크게 축소하면서 '해외 1호점'이 문을 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내 최고 중심가인 '노빈스키 불바르'에 자리 잡은 롯데백화점 점포 '롯데플라자(Lotte Plaza)'는 오는 12월까지 입점 업체들을 대부분 내보내고 향후 상징적 수준의 소규모 매장만 운영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과 관련 롯데플라자를 운영해온 롯데백화점 러시아 현지 법인 '롯데 쇼핑 루스'는 이미 입점 업체들에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12월 중순까지 철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 쇼핑 루스는 현재 지하 1층, 지상 7층으로 구성된 백화점 공간 가운데 지하 1층과 지상 1층만 그대로 유지·운영하고, 나머지 지상 2~7층은 건물주인 롯데호텔 계열의 러시아 현지 법인 '롯데 루스'에 되돌려주기로 했다.
롯데 쇼핑 루스는 그동안 롯데 루스로부터 지하 4층, 지상 21층의 전체 오피스·상가 건물 가운데 8개 층을 임대해 백화점으로 운영해 왔다.
롯데 쇼핑 루스 관계자는 "롯데플라자는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모스크바 시내 다른 매장을 매입해 백화점 영업을 계속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백화점이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개점한 롯데플라자는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의 해외 점포로 관심을 끌었다.
롯데백화점은 '1호점'이 잘 될 경우 모스크바 시내에 추가로 점포를 열고 러시아 제2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도 진출을 검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초 개점 3년 뒤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10여 년 동안 끝내 이익을 내지 못하고 고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쇼핑객들을 집중적으로 끌어모으기엔 상대적으로 작은 매장 규모와 고가도 저가도 아닌 어중간한 입점 상품 수준, 현지화하지 못한 마케팅 전략 등이 영업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사한 쇼핑몰의 하루 방문객 수는 최소 9천~1만 명은 돼야 하지만 롯데플라자의 하루 방문객은 5천 명 선에 머물렀다.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와 저유가로 러시아 경제가 심각한 불경기에 빠진 것도 롯데플라자의 영업 부진에 악영향을 미쳤다.
현지 경제전문지 '코메르산트'는 롯데 쇼핑 루스와 롯데 루스 간의 임대료를 둘러싼 분쟁도 롯데플라자 축소의 배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롯데 쇼핑 루스가 자체 임대료 평가를 기준으로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롯데 루스가 다른 평가를 근거로 거부했다는 것이다.
롯데 루스 관계자는 "백화점이 반납한 층들은 오피스로 개조해 임대할 계획"이라면서 "우리에겐 백화점이 있는 것보다 오피스로 운영하는 게 유리해 그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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