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낙태 논란' 매듭지으려면 헌재 결정 빨리 나와야

입력 2018-08-29 17:23  

[연합시론] '낙태 논란' 매듭지으려면 헌재 결정 빨리 나와야

(서울=연합뉴스) 산부인과 의사들이 보건복지부의 행정규칙 개정안에 반발해 낙태 시술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새로 고시된 행정규칙에서 낙태 시술 의사에게 자격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문제 삼았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많은 낙태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정부가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산부인과 의사를 비도덕적이라 몰고 처벌을 명문화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집단 반발은 세간의 시선을 끌면서 우리 사회의 오랜 논쟁거리인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에도 다시 불을 붙였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주장한 내용은 사실과 조금 달라 국민적 공감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들은 낙태수술과 관련해 정부가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고 주장했지만, 낙태 시술 의사에 대한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은 종전 그대로다. 새 행정규칙은 진료 중 성범죄, 무허가 의약품 사용 등 비도덕적인 진료행위의 유형을 구체화하고 그 처분 기준을 강화했지만, 낙태 시술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은 그대로 뒀다는 것이 복지부 설명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낙태 시술 의사 처벌을 아예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머쓱하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낙태 행위 금지국으로 분류된다. 성폭행, 근친상간, 유전학적 질환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낙태수술이 허용될 뿐이다. 이를 어기면 낙태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 의사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낙태 시술 중 90%가량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불법적으로 행해진다고 하니 이 같은 처벌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 셈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지만, 종교계 등을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그렇다고 낙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계속 미룰 수만은 없는 일이다.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해야 할 가치로 보느냐에 따라 찬반이 갈린다. 두 가치 모두 존중돼야 할 것들이기에 한쪽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헌재의 결정을 기다린다. 헌재는 현재 낙태한 여성과 시술한 의사를 처벌토록 한 형법이 위헌적이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다루고 있다. 지난 5월 24일엔 공개변론까지 해 '결정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낳았다. 헌재가 시대 흐름에 맞는 지혜로운 결정을 조속히 내리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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