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아트스페이스, 영국 델피나 레지던시 출신 10명 작업 소개
백정기·알라 유니스 등 '권력' 주제로 다양한 관계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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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 둥근 의자 십여 개가 놓였다. 서 있기 괴로운 사람들이 잽싸게 의자에 안착했다. 의자들은 별다를 것이 없다. 엉덩이 닿는 부분에 오색찬란한 별 스티커가 붙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여러분이 앉아있는 의자가 바로 제 작품입니다." 수십 명 사이에서 튀어나온 박보나 작가가 가리킨 작품 제목은 '선한 이웃'이다.
"제주 예멘 난민 문제를 둘러싼 찬반 집회를 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좋은 이웃, 착한 이웃이 돼야 한다고 배웠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그런 이야기가) 없어진 듯했어요."
작가가 'G·O·O·D·N·E·I·G·H·B·O·R' 알파벳 하나씩, 의자마다 별 스티커를 붙여 표현한 까닭이다. 이 의자는 통상 선 채로 일하는 도슨트들을 위한 의자다.
도슨트는 잠깐씩 자리에 앉을 때마다, '선한 이웃'을 생각할 것이다. 눈 밝은 관람객이 비워둔 의자 위 알파벳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선한 이웃'이 다시 화두에 오를 수도 있다. 박보나 작업은 그렇게 잠깐이라도 함께 '선한 이웃'을 생각해보자는 제안으로 읽힌다.
'선한 이웃'은 30일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막하는 '델피나 인 송은: 파워 플레이' 출품작 중 하나다.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 외국 젊은 작가들 작업을 소개해온 송은아트스페이스는 새 '국가'로 델피나 레지던시를 선택했다. 영국 비영리재단 델피나가 운영하는 이 레지던시는 양혜규, 빔 델보예, 리우 예, 데이비드 메달라 등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한 이들을 비롯해 300여명이 거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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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플레이'는 델피나 출신 국내외 작가 10명의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다.
우정이 빚어내는 정치적 결과물부터 인간-자연(환경), 작가-관객(참여), 손님-주인(환대), 개인-국가(시민권), 민족-국가(외교) 등 개인과 집단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종류의 권력관계를 탐색한다.
협력 큐레이터인 에런 시저 델피나재단 총괄디렉터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파워 플레이'는 자크 데리다 '우정의 정치학'에서 따왔다"면서 "다양한 유형의 우정을 통해서 정치와 권력 등을 고찰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 병정들을 모은 알라 유니스 '틴 솔져스', 작가 아파트 속 싱크대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실시간 중계하는 백정기와 야스마인 피서의 '더 스토퍼Ⅰ' 등 흥미로운 작업이 많다.
전시는 12월 1일까지. 문의 ☎ 02-3448-0100.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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