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인도가 러시아제 첨단 방공망 시스템을 도입하려는데 대해 미국 국방부의 고위 당국자가 제재 가능성까지 흘리며 견제에 나섰다.
30일 AFP통신에 따르면 랜달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최근 인도가 러시아에서 새로운 군사장비를 구매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특별제재 면제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강연에서 "인도가 무엇을 하든 제재 규정을 적용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으나 여기엔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최근 미 의회가 러시아제 장비 도입과 관련해 제재를 면제해줄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과 국무장관에게 부여하기로 한 조치를 일컫는 대목이다.
현재 미국의 러시아 관련 규정은 러시아 국방 및 정보 부문과 거래하는 제3국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미국의 우려 속에 러시아산 첨단 미사일 방어체계인 S-400 '트라이엄프' 도입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S-400은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과 전술탄도미사일, 군용기 등을 모두 요격할 수 있는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으로 중국이 이미 도입을 시작했고 터키도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새로운 장비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우리는 이를 중대 관심사로 삼을 것"이라며 "인도가 제재에서 면제될 것이고, 우리가 면제권을 부여할 것이라고 쉽게 말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인도는 내달 6일 인도 뉴델리에서 첫 외교·국방장관 회의(2+2 회의)를 앞두고 있다.
특히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 중인 미국은 지역 군사동맹으로서 인도의 위상을 최근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무기 수입국이기도 하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인도의 S-400 시스템 도입이 이런 이유에서도 "성가신 문제"라고도 했다. 그는 "미국이 인도의 국방 측면에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 인도가 이 문제에서 다른 대안을 찾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중국의 인도양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같은 민주주의권 국가인 인도와 외교적,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인도도 이에 맞춰 근래 미국과 프랑스산 무기장비 구매를 늘려왔으나 여전히 러시아제 장비와 기술에 전력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중이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미국과 인도의 군 지휘부가 내주중 양국간 합동 군사훈련 범위와 강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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