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절반 부담"에 구미시 "더 내라"…887억 공원 애물단지 전락 우려
(구미=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경북도와 구미시가 887억원을 들여 작년 말에 완공한 새마을운동 테마파크(이하 새마을공원) 운영을 서로 떠넘기면서 아직 문도 열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연간 6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로 인해 서로 떠넘기기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행정안전부 정태옥 지구촌새마을추진단장 중재로 경북도·구미시 관계자들이 운영방안을 논의했으나 운영비 분담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도는 운영비 절반을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미시는 부담률을 더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수익성 거의 없어…887억원짜리 애물단지 전락
경북도는 2011년부터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옆 25만여㎡ 터에 887억원(국비 293억, 도비 160억, 시비 434억)을 들여 새마을공원을 지었다.
지상 3층·지하 1층의 4개 건물(연면적 2만8천여㎡)과 야외 테마촌으로 조성했다.
전시관과 부속동, 글로벌관(세계화 전시물품, 강의실, 대강당), 연수관(회의실, 사무실, 토의실) 4개 건물로 국내외 연수생과 방문객에게 새마을운동 전시, 체험, 연수 등을 제공한다.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가 2009년 대한민국 새마을박람회를 계기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처음 보고한 이후 박근혜 정부 때 추진한 사업이다.
그러나 국내외 새마을 연수생들에게 체험·연수를 해도 수익성은 거의 없다. 정치적 산물로 만든 결과로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 '수혜지역이 운영' vs '사업 추진한 도가 운영' 대립
완공을 앞둔 지난해 중반 새마을공원의 연간 운영비가 60억원에 달한다는 용역결과가 나오면서 경북도와 구미시의 갈등이 시작됐다.
정권이 바뀌어 새마을운동이 사양화되는 데다 막대한 운영비 부담으로 서로 운영권을 맡지 않겠다고 발을 빼고 있다.
경북도는 도시공원·녹지법상 테마공원 주체는 구미시로 관광객 유치 등 수혜지역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운영주체는 구미시라고 주장한다.
반면 구미시는 경북도가 국고보조사업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당연히 경북도가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로 떠넘기기를 하다 결국 작년 11월 운영비를 절반씩 부담하는 공동운영(민간위탁)에 합의한 후 중앙정부 동의를 받았다.
◇ 구미시 '운영비 부담 줄여달라' 사정에도 경북도 외면
작년 말 완공한 새마을공원은 아직 준공식도 열리지 않은 채 8개월째 활용조차 못 하고 있다.
현재 구미시 직원 4명과 청소·조경 등 용역 근로자 18명이 근무하고 있다. 진입로와 배관 등 하자 보수를 하거나 청소·조경 작업을 하는 게 전부다.
새마을운동 프로그램이나 콘텐츠 개발 등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구미시장은 지방선거 때 새마을공원을 경북 독립운동기념관 등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취임 후 여론과 경북도의 반대로 한 발 뒤로 물러서 원래 취지대로 새마을사업 용도로 활용키로 방침을 정했다.
장 시장은 이에 따라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찾아가 운영비 부담을 줄여달라고 했지만 외면당했다.
◇ 경북도 "50% 부담"에 구미시 "운영비 재산정해 협의"
행정안전부에 보낸 중앙투자심사 보고서에는 시행 주체가 경북도와 구미시로 명시돼 있고 양 기관이 지난해 운영비를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도시공원법상 새마을공원 운영주체는 구미시로 인건비 등 운영비는 지원할 수 없고 건물 보수 등 유지관리비만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내년도 전체 소요예산이 산정되면 50%를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미시는 문화공원을 문화시설로 도시계획을 변경해 경북도가 100% 부담하든지 재협의를 통해 구미시 부담률을 50%에서 6대 4 또는 7대 3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시계획 변경은 구미시가 상정하면 경북도가 심사 후 결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경북도가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구미시는 운영비 60억원은 사업 규모(대지와 건물 연면적 등)의 2배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어서 재산정하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원 구미시 새마을과장은 "새마을공원 운영비는 중앙정부가 지원해 줄 수 없는 사안"이라며 "용역을 의뢰해 운영비를 재산정한 후 경북도와 다시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arks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