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통제로 출근길은 전쟁…하천 주변은 "폭탄 맞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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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추석 대목 맞아서 키우던 열무들이 하나도 못쓰게 됐어요."
3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의 한 농가에서는 근로자들이 전날 세찬 비로 침수된 비닐하우스를 복구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었지만 깊게 차오른 빗물에 근로자들은 연신 장화를 벗어 물을 빼내야 했다.
비닐하우스에서 한창 자라야 할 열무들은 밖으로 쓸려 나와 길가에 나뒹굴고 있었다. 하우스 안에 남은 열무 잎들도 흙탕물 범벅이 됐다.
이곳에서 열무 비닐하우스 18개 동을 경작하는 A(52)씨는 "혹시나 다시 자라는 열무가 있을까 물을 줘 보고 있지만, 거의 못쓰게 된 것 같다"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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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올해 초부터 인근 공릉천의 물이 넘쳐 비닐하우스를 덮치지 않도록 방지 시설물들을 설치했다. 비가 본격 시작된 28일 밤부터는 비닐하우스 옆을 지키며 쉴새 없이 양수기 2대를 돌려 물을 빼냈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우에 하천 둑이 무너져 버리자 비닐하우스는 꼼짝없이 물에 잠겼다.
A씨는 "농사를 오래 지으며 수해도 많이 입어봐서 대비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며 "근처 시금치 하우스도 물을 먹어서 아마 전부 폐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8일부터 수도권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특히 400∼5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경기북부는 곳곳이 수마가 할퀸 상처에 신음하고 있다.
고양시 일산서구와 구산동, 법곳동 일대 농경지에도 농수로에서 넘친 물이 길로 흘러나와 흥건했다.
도로와 하천 주변에도 간밤에 내린 폭우의 피해 흔적들이 가득했다.
밤사이 급격히 불어난 의정부시 중랑천변에는 폭우에 유실된 나무와 부서진 시설물 잔해, 죽은 물고기까지 나뒹굴며 마치 폭탄을 맞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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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중랑천으로 산책을 나온 류명남(66)씨는 "곳곳마다 산책로와 운동기구가 심하게 훼손돼 있어서 간밤에 비가 얼마나 세차게 왔는지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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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와 서울을 잇는 동일로는 폭우로 통제된 동부간선도로 대신 우회하는 차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인근 도로도 상황이 안좋아 곳곳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턴 내린 비로 고양과 성남 등지에서 491세대의 집이 물에 잠기고, 5개 시에서 2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양주시 장흥면에서는 배수작업을 하던 시민이 바닥에 쓰러져 숨진 장모(57)씨를 발견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또, 양주 공릉천에서는 30대 남성이 급류에 떠내려갔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수색 중이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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