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미국 정착하려 스탠퍼드大에 200만 달러 출연
법원, 200만 달러 몰수·추진 청구 기각…검찰, 환수방안 다각도 모색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원세훈(67) 전 국가정보원장이 개인적 생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정원 자금 수십억원을 낭비한 혐의로 또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30일 원 전 원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등손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10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건물 18층을 이른바 '강남 사저'로 쓰기 위해 리모델링 비용 7억8천333만원을 국정원 자금으로 지출한 혐의를 받는다.
2011년 7월부터 12월까지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에 한국학 펀드를 설립한다는 명목으로 국정원 자금 200만 달러(약 23억원)를 송금한 혐의도 있다.
원 전 원장은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업무공간 중 160평을 호화 주거지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사업 계획 수립이나 예산편성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 전 원장은 "건물이 대로변에 있고 입주업체가 100곳을 넘어 보안상 국정원장 주거로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전략연구소의 반대 의견에도 공사를 강행했고 건축·소방 관련법의 절차도 무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 전 원장 부부는 2011년 8월 관련 언론보도가 나오자 사저에서 나왔다. 퇴임 이후인 2014년 11월 사저를 업무공간으로 원상 복구하는 데 국정원 자금 2억6천만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스탠퍼드대 출연 역시 퇴임 이후 미국에 정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미국 내 한반도 정책을 연구하며 한국 입장을 대변하는 연구책임자인 '코리아 체어' 설치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 국정원 자금 투입을 지시했다.
이는 국제교류재단이나 관리감독기관인 외교부의 업무에 해당하며, 출연할 경우 미국 내 방첩문제 등 외교분쟁으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실무진이 반대의견을 냈다.
원 전 원장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교수가 재직 중인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에 코리아 체어 설치를 강행했다. 반대의견을 감안해 출연금은 전략연구소 명의로 보내기로 했다.
원 전 원장은 스탠퍼드대 측과 협의 과정에서 코리아 체어 설치가 무산되자 이번에는 한국학 펀드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200만 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실제로 퇴임 직전인 2013년 3월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로부터 '코렛 펠로우'로 초빙됐다. 코렛 펠로우는 코렛 재단의 기부금으로 월 8천 달러의 장학금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원 전 원장은 퇴임 직후 일본으로 출국하는 것처럼 위장해 미국에 나가려다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로 미국 정착에 실패했다.
검찰은 스탠퍼드대에 건너간 200만 달러를 환수하기 위해 법원에 몰수·추징보전을 청구했으나 "투자자산에 섞여 현물로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스탠퍼드대가 반환에 협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추징하기 어렵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두 차례 결정에 대한 항고마저 모두 기각되자 원 전 원장을 일단 재판에 넘기고 법원 결정을 받지 않고 200만 달러를 환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다.
이 밖에 정치인을 제압하는 방안 등이 담긴 정치공작 문건을 작성하거나, 총선·대선에서 당시 여권 승리를 도울 SNS 대책 등을 수립하도록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이명박 정부 청와대 인사에게 특수활동비 수억원을 건네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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