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에 대만 실질적 인정하는 표기…대만 정부, 감사 표시
미 상원의원, 대만 단교 국에 불이익 주는 법안 발의키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맞선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유연한 조치가 대만 정부의 환영을 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중국 민항총국은 지난 4월 말 세계 44개 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대만, 홍콩 등이 중국과 별개 국가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홈페이지 자료 및 홍보자료 표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정부가 이를 '전체주의적 난센스'라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이들 항공사는 중국 정부가 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5일까지 일제히 이 요구를 수용해 표기를 '중국 대만' 등으로 바꿨다.
하지만 유나이티드 항공의 대응은 이와 다소 달랐다.
홈페이지에서 '중국'이라는 국가 이름을 아예 삭제한 채 중국 내 도시를 표기했으며, 대만, 홍콩 등도 국가명을 표기하지 않은 채 도시명만을 표기했다.
이는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말라는 중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듯 보이면서도, 대만이 중국령이라는 것은 절대 명시하지 않는 교묘한 대응이었다.
사용자가 통화결제를 위해 목적지를 검색할 때도 국가명을 표기하지 않고 '대만달러', '중국 위안화', '홍콩달러' 등으로 표기해 대만을 사실상 인정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에 전날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대만을 사실상 중국과 구별하는 '유연함'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며 유나이티드항공에 감사를 표했다.
중국은 독립파인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2016년 5월 이후 군사, 외교 등 다방면에 걸쳐 대만에 대한 강경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맞서 대만을 지원하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아시아소위원회 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은 최근 "대만과 단교하는 국가에 대해 미국 정부가 외교관계 수준을 격하하거나, 지원을 축소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는 중국이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위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한 결과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당시 22개국이던 대만과의 수교국은 현재 17개국으로 줄었다.
미 의회는 지난 3월 미국과 대만 고위 관리들의 왕래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의 '대만여행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밖에 미 행정부가 대만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미 군함의 대만 항구 방문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맞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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