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부는 언론이 판단하는 것"…"反아베 목소리 봉쇄 의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자민당이 다음달 총재선거를 앞두고 국내 통신사와 신문사에 "공평·공정한 보도를 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지난 28일 각 통신사와 신문사에 총재선거관리위원장 명의로 문서를 보냈다.
자민당은 문서에서 "정당 당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이니 모든 면에서 공평하고 공정하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인터뷰, 기사, 사진의 게재 시 내용과 게재 면적 등에서 균등하게 할 것을 요구했다.
자민당은 방송사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접촉해 이런 요구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의 공식 선거가 아닌 당 차원에서 총재를 뽑는 선거를 두고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에 대한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야마다 겐타(山田健太) 센슈(專修)대 교수는 도쿄신문에 "보통 국가 차원의 선거라도 무엇이 공정하고 공평한지는 보도기관이 각자 자유롭게 판단하면 되는 것인데, 자민당이 이를 견제해 보도를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 저널리스트인 스즈키 데쓰오(鈴木哲夫) 씨는 "현직 총리인 아베 총재가 매일 미디어에 등장하게 돼있는 만큼 자민당 총재선거는 그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선거만 해도 아베 총리는 선거 기간 러시아를 방문해 언론에 연일 다뤄지겠지만 이시바 전 간사장과의 토론회는 줄어들 것"이라며 "그런 것을 고려해 러시아 방문을 결정했을 텐데도 이런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모리타 미노루(森田實) 씨는 "아베 총리는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신경질적이다. 스탈린이나 히틀러 같은 독재자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을 비판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의 목소리를 봉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아베 정권은 그간 사학스캔들 관련 보도에 대해 신문의 실명을 거론하며 틀렸다고 하는 등 여러차례 언론 보도에 대해 강도 높게 불신감을 표해왔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경우 지난 5월 "신문이라는 것은, (원래) 그 정도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달인 6월에는 "신문구독에 협력하지 않는 편이 낫다.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모두 자민당 지지자들이다"라고 언론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언론의 자유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지적이 많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4월 발표한 언론자유 순위에서 일본은 조사대상 180개국 중 67위를 기록, 2011년의 32위에서 크게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도 거세져 데이비드 케이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작년 일본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비판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아베 정권은 연초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정치적 공평성을 요구하는 법 규정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비판을 받고 중단하기도 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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