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비하 표현에 '인종주의' 비판…"트럼프 선거 매뉴얼 따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플로리다 주지사를 놓고 흑인 후보와 맞붙은 '친(親) 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후보가 후보직을 확정하자마자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플로리다 주지사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 론 드샌티스 하원의원은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흑인 민주당 후보를 뽑는 것은 "일을 망치는 것(monkey this up)"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 플로리다 주지사인) 릭 스콧이 만들어놓은 성공을 더 발전시키자"며 "대규모 증세와 주 (재정) 파산에 관한 사회주의 어젠다를 수용해 일을 망쳐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가 쓴 'monkey this up'이라는 표현을 두고 미국 내에서 뜨거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원숭이를 뜻하는 'monkey'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다는 등의 뜻이 있지만, 오랫동안 백인이 유색인종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된 단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하필 플로리다 사상 '첫 흑인 주지사'를 노리는 민주당 후보 앤드루 길럼 탤러해시 시장과 맞붙은 그가 굳이 이 단어를 동원해 상대를 저격한 것이다.
민주당 측은 즉각 반발했다.
길럼 캠프 측은 "이건 단지 '개-호루라기'(Dog-Whistle) 수준이 아니라 확성기에 대고 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호루라기'란 선거에서 인종적 편견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도 잠재의식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전략을 가리키는 용어다.
길럼 시장은 폭스뉴스 또 다른 방송에서 "드샌티스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매뉴얼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게 명백하다"며 "드샌티스나 트럼프 대통령의 덫에 빠져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드샌티스 의원 측은 이 발언으로 그를 인종주의자로 단정 짓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드샌티스는 길럼이 지지하는 사회주의적 정책을 플로리다가 포용하는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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