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여야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민생경제법안의 30일 본회의 처리가 끝내 불발됐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특례법안을 비롯해 규제프리존 및 지역특구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의 법안 처리는 일단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미·중 간 무역전쟁, 내수경기 부진 등 각종 대내외 악재로 우리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점에 이들 법안의 국회 통과가 좀 더 늦춰지게 된 점은 아쉽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 추진했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 처리가 무산됨으로써 당장 금융당국의 목표였던 제3 인터넷은행의 연내 출범이 불투명해졌고, 인터넷은행의 사업확장 계획 등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를 오후 4시로 연기하면서까지 법안 처리 합의를 시도했으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상임위별로 협의를 더 거치기로 했다. 핵심 법안 중 하나인 인터넷전문은행법안의 경우 현재 10%(의결권 지분은 4%)로 제한된 산업자본 지분 비율을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당은 산업자본 참여비율을 대폭 높이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인터넷은행이 재벌기업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소폭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각종 규제 관련 법안을 놓고도 여야 간 신경전과 자존심 싸움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안팎에서는 이날 법안 처리가 불발된 데는 친재벌적이란 이유로 규제 완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민주당 내부 일각의 기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안의 경우 핵심 내용이 야당 시절 민주당이 반대했던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승리로 여당이 됐지만, 내부에서는 이런 법안을 처리할 경우 '전통적 지지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지지 진영의 반대와 반발에도 국익 차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한 일을 되돌아봤으면 한다. 노 전 대통령이 그로 인해 재임 중 지지율은 떨어졌지만, 훗날 '옳은 결정'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오늘날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당도 상당수 법안이 오래전부터 스스로 주창해온 것인 만큼 당리당략보다는 국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법안 처리에 힘을 보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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