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달로 임기를 마치는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가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눈감아주고 두둔한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을 강력하게 비판했다고 BBC 방송이 30일 보도했다.
자이드 대표는 임기 종료를 앞두고 BBC와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에 맞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침묵을 지킬 수도 있었고,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미얀마군의 대변인 역할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인종청소 주장을 두고) 가짜뉴스라거나 조작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며 "정상적인 지도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자이드 대표는 또 "감사하지만 물러난다고, 이런 (군부의) 폭력 앞에서 장식품이 되느니 차라리 가택연금 상태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지난해 8월 오랫동안 핍박받아온 동족을 돕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 초소를 습격했다.
미얀마군은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탕 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죽고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국경을 넘어 피신한 난민들은 미얀마군과 불교도들이 성폭행, 방화, 고문 등을 무기로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고,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인종청소'로 규정해 규탄했다.
그러나 미얀마 문민정부의 실권자인 수치는 미얀마군의 작전에 인종청소가 아니라고 부인했으며 난민들의 주장이 조작된 가짜뉴스라는 견해도 밝혔다.
또 수치는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뿐만 아니라 불교도들도 공격의 대상이 됐으며, 공격당할 것을 우려한데서 나온 행동이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도 폈다.
국제사회는 이런 수치를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일각에서는 그가 받은 노벨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엔 진상조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얀마군부가 명백하게 인종청소 의도를 갖고 대량학살과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으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등을 중범죄 혐의로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문민정부도 로힝야족을 겨냥한 증오표현을 사실상 허용하고, 문서 기록들을 폐기했으며 군부의 반인권 범죄를 막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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