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인, 변화 거부하는 골족"…폄하 논란

입력 2018-08-30 22:55  

마크롱 "프랑스인, 변화 거부하는 골족"…폄하 논란
덴마크 여왕 만나 "덴마크인은 변화에 열려있는데 프랑스인은 저항"
야권 "프랑스국민 희화화하고 경멸" 비난…마크롱 "농담일 뿐" 해명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덴마크를 방문해 프랑스인들을 "변화를 거부하는 골족"이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져 국내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30일 라디오프랑스앵테나시오날(RFI)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9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공개석상에서 덴마크인들을 "새로운 생각에 열려있는 루터교도"라고 추켜세웠다.
마크롱은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 여왕도 참석한 이 자리에서 덴마크인을 칭찬하고는 프랑스인에 대해선 "변화에 저항하는 골족"이라고 깎아내렸다.
이는 자신이 중점 과제로 추진한 노동시장 유연화와 연금개혁 등 노동·사회정책의 변화에 거부하는 프랑스 내 반발을 겨냥한 것이었다.
골족(Gauls·갈리아인)은 철기 시대와 로마 시대에 현재의 프랑스, 벨기에, 라인강 서부 독일인 골(Gaul·갈리아) 지방에 살던 켈트인으로, 로마제국에 정벌된 뒤 라틴족으로 흡수됐다.
프랑스에서는 골족을 프랑스인의 조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의 국민만화 격인 '아스테릭스'(Asterix)도 로마제국에 대항하는 골족 전사들의 모험담이다.
마크롱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프랑스인과 변화에 적극적인 덴마크인으로 도식화해 표현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노르딕) 국가들처럼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대신 사회안전망을 대폭 강화한 사회 모델을 프랑스가 가야 할 이상적인 방향으로 설정하고 각종 개혁과제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프랑스에선 야권을 중심으로 거센 비난이 쏟아져나왔다.
제1야당인 공화당(우파)의 로랑 보키에 대표는 "대통령이 프랑스인을 그런 식으로 희화화하고 비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극우성향의 국민연합(RN) 대표 마린 르펜은 "대통령이 프랑스를 경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난했고, 급진좌파 프랑스앵수미즈의 알렉시 코르비에르 부대표는 "전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쏘아붙였다.
마크롱은 국내에서 비난이 일자 30일 덴마크 방문을 마치는 회견에서 농담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프랑스가 골족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도 아니고, 또 나는 그 사실이 자랑스럽다"면서 "수많은 다양성과 모순을 안은 프랑스와 프랑스인, 골족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인에게는 지성과 유머, 아이러니, 자신을 희화화할 줄 아는 여유가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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