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와 관련, 연일 '중국 책임론'을 꺼내 드는 것을 두고 미국 조야에서는 비판적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중국의 입김을 차단하고 미·중 무역협상의 지렛대를 강화하려는 고도의 협상술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남 탓 화법'을 놓고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교착상태에 대해 모든 건 중국 잘못이라며 중국 탓을 하고 있지만, 진짜 잘못은 한층 '본거지' 쪽에 있을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정교하고 치밀한 사전 대비가 결여된 우발적 대북 접근법에 더해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애매모호한 구두 약속들이 이뤄졌을 때부터 북미 간 힘겨루기는 예고된 일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곧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이후 '종전선언 전(前) 핵무기 폐기'를 요구함에 따라 북한이 이를 '약속 불이행'으로 간주, 점점 적대적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고 전날 보도한 바 있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러한 보도에 대해 WP에 "만약 사실이라면 이것이 바로 북한이 질질 끄는 이유"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슈에 대한 이해 부족과 구체적 내용에 대한 주목도 부족이 결국 북한의 실제 현실과 충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고지서 기한이 다 돼 간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싱가포르에서 한 것이 위험부담이었다고 비판했다.
실제 종전선언을 놓고 '슈퍼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행정부 내에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성명 형식으로 "북한이 중국에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강하게 느낀다.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자금, 연료, 비료, 공산품 등을 포함한 상당한 원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중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외교가 답보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 포기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분명한 약속을 받지 못한 채 김정은을 만나는 것의 위험성을 간과했으며, 3개월이 채 안 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비핵화 협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계전략을 두고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도 없지 않다.
블룸버그 통신은 어찌 됐든 그동안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해 중국의 협력에 의존한 미국이 무역전쟁을 이유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이제는 동시에 중국, 북한과 격투를 벌여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고 지적했다.
CNN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실제로 얼마나 핵 관련 협상을 좌절시키고 있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무역 긴장을 북한과의 교착상태와 연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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