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초당적 우정' 바이든의 눈물…"매케인은 나의 형제였다"

입력 2018-08-31 08:08   수정 2018-08-31 11:19

'반세기 초당적 우정' 바이든의 눈물…"매케인은 나의 형제였다"
추모연설서 의회 분열상 개탄하며 초당파적 협력 강조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그는 언제나 나의 형제였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보수 진영의 '큰 별' 고(故)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을 떠나보내는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의 눈가에 끝내 눈물방울이 맺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 주 피닉스시의 노스 피닉스 침례교회에서 엄수된 추도식에서 추모연설을 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델라웨어 상원의원 출신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고인과 함께한 의정 생활 등을 추억하며 원로로서 점점 초당적 협력이 사라져 가는 정치권 세태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우리 둘 다 상원을 사랑했다"며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하원에서 초당파 주의가 사라지는 걸 보며 애통해 했다"고 의회의 분열상을 지적했다.
자신과 매케인 의원의 관계를 '지나간 초당파주의 시대의 흔적'이라고 회고하며 매케인 의원이 마지막 의회 생활 기간 '정상적인 질서' 복원을 위해 싸웠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1980∼90년대 상원 본회의장 토론 때 옆자리에 앉곤 했었다고 CNN방송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당파주의 극복과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지난해 7월 뇌종양 수술 후 왼쪽 눈썹 위에 혈전 제거 수술이 역력한 채로 의회에 복귀, "(상원은) 내가 기억하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더 당파적이고 부족(tribal)에 가깝다"며 "서로를 믿자. 정상적인 체제로 돌아가자"는 연설로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 폐지 논의를 위한 가결을 끌어낸 고인의 연설 메시지를 떠올리게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각각 미국 보수, 진보 진영을 대표해온 '거물'인 두 사람은 비록 소속 정당은 달랐지만, 미국 정치사에서 당적을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두 사람은 2008년 대선 당시 각각 공화당 대통령 후보(매케인)와 민주당 부통령 후보(바이든)로 출마해 경쟁을 벌인 사이지만, 1970년대 30대 젊은 나이의 외교위 소속 상원의원(바이든 전 부통령)과 의회 담당 해군 연락책(매케인 상원의원)으로 만나 외교위 의정 활동 차원에서 전 세계를 누비면서 본격적인 인연을 시작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그 이후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과 이념으로 반대편에 서기도 했지만, 반세기 세월 동안 각별한 '동지애'를 나눠온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5월 애리조나로 뇌종양 투병 중이던 매케인 상원의원을 찾아가 다양한 소재로 대화를 나누며 옛 추억에 젖어들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당시 보도한 바 있다.
병마와 힘겹게 싸우던 매케인 상원의원은 '죽음의 공포'가 어른거리는 상황에서도 2016년 대선 당시 출마를 접었던 '오랜 벗'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2020년 대선에는 '물러서지 말라'는 우정어린 조언을 하기도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회고록 소개를 위해 매케인 상원의원의 딸 메건이 공동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 따뜻한 위로를 건네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자신도 몇 년 전 아들 보를 뇌종양으로 잃는 등 매케인 상원의원의 가족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고 있기도 하다. 그는 72년 말에는 교통사고로 첫째 부인과 딸을 잃은 아픔을 겪기도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미국민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견딜 수 있고 성취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깊었고 지칠 줄 몰랐다"면서 "그의 부재가 블랙홀과 같은 것이라는 걸 안다. 그의 얼굴이 눈가의 눈물 대신 입가의 웃음으로 떠오를 때가 있을 것"이라며 가족과 지인들에게 '고통의 연대의식'을 표하기도 했다.
딸 메건은 조 가시아 목사가 대신 읽어내린 유족 인사말을 통해 "공화당과 이 딸의 영웅이자 전사인 존 매케인이 오늘 이 지구 상에서 그 무엇보다 영광스러운 존재로 다시 깨어났으며, 진정한 영원한 삶의 길로 들어섰다는 데에서 상실감과 슬픔 속에서도 위로를 얻는다"고 말했다.
2시간의 추모식이 끝나고 성조기로 덮인 관이 운구조에 의해 통로 사이로 교회당을 빠져나갈 때 매케인 상원의원의 삶을 비춰주듯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가 울려퍼졌다.
매케인 상원의원의 시신은 31일 미 의회 중앙홀에 하루 동안 안치된다. 장례식은 내달 1일 워싱턴DC에 있는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엄수되며, 장지는 고인의 모교인 메릴랜드 주 소재 해군사관학교 묘지로 결정됐다.



[영상 로이터 제공]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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