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업무 일상화한 통근길…英보고서 "근무시간에 넣어야"

이메일 업무 일상화한 통근길…英보고서 "근무시간에 넣어야"
와이파이 확산 맞물려 응답자 54% "이메일 체크하고 답변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직장인들이 전철과 지하철을 포함한 기차를 이용한 출퇴근길에 정기적으로 이메일을 통해 일하는 만큼 통근길이 근무시간의 일부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영국의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 연구팀은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되고 기차에 와이파이 설치가 크게 늘면서 사실상 근무시간이 연장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고 BBC 방송과 뉴욕타임스(NYT)가 30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기차를 이용해 런던으로 출근하는 통근자 5천 명을 대상으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40주에 걸쳐 조사했다.
이 결과, 장거리 통근자의 54%, 단거리 통근자의 36%는 기차 안에서 업무용 이메일을 체크하고 필요하면 관련 내용을 전송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근무시간 이전에 일하거나 정식 일과가 끝난 뒤에 다 못한 일을 기차 안에서 마무리하는 셈이다. 물론 장거리 통근자일수록 일하는 양도 많았다.
그러나 연구 참가자 대부분은 통근길 이메일 업무를 공식적인 노동시간으로 보지 않고 늘어나는 업무량으로 인해 단지 자신들의 생활을 더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연구를 이끈 줄리엣 제인 박사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 접근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간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있다며 특히 열차를 이용한 통근길을 근무시간의 일부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한편에서는 사용자의 감시 밖에 있는 이런 통근길을 업무의 연장으로 봐야 할지 경계 설정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관리자협회(Institute of Directors)의 제이미 커는 "유연성의 증대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더 긍정적인 쪽으로 크게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지만, 스트레스와 생산성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BBC 방송에 말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퇴근 후에도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 늘어남에 따라 프랑스는 지난해 대기업 직원들에게 일과시간 밖에 이메일에 차단할 권리를 부여하는 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 노르웨이 법원은 일부 직원들에 대해 통근길을 노동시간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밖에 올여름 프랑스 최고법원은 자국에서 활동하는 한 영국 기업에 대해 직원 한 명에게 6만 유로(7천800만 원)를 보상하도록 명령했다. 고객이나 하급자의 질문이나 불만에 언제든지 대응하도록 회사 측이 이 직원에게 항상 휴대전화를 받도록 요구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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