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명가에서 만든 독창적 액션 '업그레이드'

입력 2018-08-31 11:41  

공포영화 명가에서 만든 독창적 액션 '업그레이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목이 졸리던 주인공이 갑자기 용수철처럼 일어선다. 상대의 주먹은 고갯짓만으로 흘려버리고 칼을 휘두르자 살짝 허리를 젖혀 피한다.
이어 인간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움직임으로 범인을 제압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다. 무림고수도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은 움직임은 사실 주인공의 중추신경에 이식된 첨단 컴퓨터 칩 '스템'의 작품이다.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가 신장르 개척에 나섰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업그레이드'는 블룸하우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SF액션 영화다.
저예산으로도 '파라노멀 액티비티', '인시디어스', '더 퍼지' 등 참신한 공포영화를 선보인 블룸하우스답게 새로운 액션 연출을 시도했다.
분명 사람 몸으로 주먹을 휘두르지만 관절의 움직임은 마치 로봇의 동작을 연상시킨다. 기존 할리우드의 우락부락한 '근육 액션'이나 실제 무술 고수의 절제된 동작에 바탕을 둔 홍콩 영화의 액션 시퀀스와는 결이 다른 느낌이다.
다만, 신선한 액션 연출에 비하면 디스토피아와 기계 문명에 대한 성찰, 가상현실에 대한 비판 등을 다룬 주제는 기시감(旣視感)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주인공 '그레이'(로건마샬 그린 분)가 스템의 원격차단 장치를 제거하기 위해 해커를 찾아가는 장면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도피 중인 존(톰 크루즈 분)이 홍체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불법 의료시술소를 찾아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모든 것이 자동화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그레이'는 직접 손으로 물건을 만들기를 고집하며 자동차 정비일을 업으로 삼는다.
어느 날 그레이는 아내와 함께 자동제어 자동차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도까지 당한다. 결국, 아내는 사망하고 그레이는 전신마비 환자가 되고 만다.
모든 것을 잃은 그에게 천재 과학자 '에론'(해리슨 길벗슨)이 최첨단 두뇌 '스템'을 장착하는 수술을 제안한다.
스템과 한몸이 된 그레이는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되고 직접 아내를 죽인 범인들을 찾아 나선다.



그레이를 연기한 로건마샬 그린은 컴퓨터에 조종받는 로봇의 움직임을 연기하기 위해 몇 달 동안 훈련에 매달려 독창적인 액션을 소화해냈다.
이에 연출을 맡은 리 워넬 감독은 "이 영화에 '영화의 신'이 내려 로건마샬 그린을 보내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는 지난달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국내 관객에게 선을 보여 '올해 상영작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또 사전 블라인드 시사회에서는 참석 관객 95.7%가 개봉에 찬성했다.
부천국제영화제에서는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으로 상영됐으나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사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영등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총기 살상, 신체 훼손 등 폭력장면들이 다소 자극적으로 등장하지만, 현실감이 낮게 묘사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등급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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