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인의 부인 "젊은이들이 남편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입력 2018-08-31 13:45  

김수영 시인의 부인 "젊은이들이 남편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입학 73년 만에 연세대 명예졸업장…"자유 학풍 좋아했던 시인"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김수영 시인이 세상에서 점점 더 위대해지는 이유는 국민에게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국민이 김수영 시인을 위대하게 만들어 준 겁니다."
'풀' 등 대표작으로 명성 높은 고(故) 김수영 시인(1921∼1968)이 작고 50년 만에 대학 졸업장을 받은 날, 그의 부인은 공을 국민, 특히 젊은이들에게 돌렸다.
김수영의 부인 김현경 여사는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연세대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김수영 시인의 명예졸업증서를 대신 받았다.
단상에 오른 김 여사에게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직접 증서를 건넸고, 이어 김수영연구회 연구원들이 축하의 꽃다발을 전했다.
김수영연구회 회원인 시인 임동확, 노혜경, 김응교와 김수영의 여동생 김수명, 김송자 여사도 참석해 대선배와 오빠의 졸업식을 빛냈다.
김현경 여사는 수여식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징용됐다가 해방 직후 돌아온 사람들은 다 서울대 가려고 했는데 이 양반만 연대에 갔다. 서울대의 관료적 분위기가 아니라 연세대의 자유 학풍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떠올렸다.
또 "시인이 연세대에서 영문학 강사로 T.S. 엘리엇을 강의한 적이 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교실을 (일반 강의실에서) 중강당으로 옮겼고 끝나고는 기립 박수를 받곤 했다"며 흐뭇한 기억을 꺼냈다.
김 여사는 "제가 너무 뻔뻔스럽게 오래 사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데 (남편의) 명예졸업식에 오니 보람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국민이 김수영 시인을 위대하게 만들어 준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임동확 시인은 "김수영 선생이 과거 '내 작품이 20년을 넘길까' 하고 고민했다는데 20년을 넘어 50년이 됐고 이후 100년까지 기억돼 고전이 될 것"이라고 상찬했다.
노혜경 시인은 "당신이 살아계셨다면 받고 싶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김수영 시인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기분 좋다"고 고인을 기렸다.


김수영은 1945년 11월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다가 이듬해 중퇴했다. 1966년 영문학 강사로 다시 연세대에 돌아와 강단에 섰다.
연세대는 "4·19 혁명에 동참하는 등 자유와 혁명을 외쳤던 김수영은 자유로운 학풍을 보고 연희전문학교를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그의 자유정신과 한국 문학에 대한 공적을 기린다"고 명예졸업장 수여 이유를 밝혔다.
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