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성숙한 성인 관객 외면하며 트렌드 놓쳐"

입력 2018-09-04 06:00  

"할리우드, 성숙한 성인 관객 외면하며 트렌드 놓쳐"
'블랙미러4-악어'로 서울드라마어워즈서 수상 존 힐코트 감독
"넷플릭스와 작업은 '그레잇'…극한 속 인간 표현하는 데 흥미"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할리우드는 지금 한 마디로 모래 속에 고개를 박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미러' 네 번째 시즌 중 '악어' 편을 연출해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 단편 TV-영화 부문 우수상을 받은 존 힐코트(57) 감독은 넷플릭스와의 첫 작업에 대해 '그레잇'(great)이라고 표현하며 할리우드 시스템의 맹점을 꼬집었다.
최근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 힐튼호텔에서 만난 그는 "사람들은 넷플릭스에 대해 많은 콘텐츠, 즉 '양'을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질'을 성공비결로 꼽고 싶다"며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10대 타깃 영화, '프랜차이즈 영화'에만 골몰하며 성숙한 성인 관객을 외면한 사이 넷플릭스가 그들을 위한 작품을 선보이며 할리우드는 트렌드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제작부터 유통, 출시까지의 과정도 굉장히 '스마트'했다"고 덧붙였다.
호주 출신으로 뮤직비디오를 통해 다수 국제상을 받은 후 영화에 진출해 '프로퍼지션', '더 로드'.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 등으로 연출력을 증명하는 등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한 그는 '악어'로 넷플릭스와도 손을 잡았다.



'악어'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지만 어두운 과거를 품은 여주인공 미아가 기억을 엿보는 기계 '리콜러'와 맞닥뜨리고 극한의 상황으로 몰리면서 점점 더 악마가 돼가는 모습을 그렸다.
힐코트 감독은 "'블랙미러'라는 쇼 자체가 기술의 발전 속에서 상실해가는 아날로그적 감성, 휴머니즘에 대한 향수를 그린다"며 "총괄 제작자가 '악어' 대본을 제안했을 때 다른 대본은 볼 필요도 없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빨려 들어온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잘 표현됐다"고 자평했다.


그가 만든 '더 로드'도, '악어'도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담아 어떤 관점에서는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 로드'는 부모의 최대 악몽을 표현한 영화고, '악어'는 기술의 발전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이슈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작품인데 공통적인 점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담았다는 겁니다. 특히 '악어' 속 미아는 가냘픈 여성이지만 그 역시 단계적으로 부딪히는 압박된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을 합니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꼭 옳은 결정은 아닐 거고요. 두 작품 모두 암울하지만, 사실 저는 굉장히 낙관적인 사람이에요. (웃음)"


이번에 17살 아들과 내한했다는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까닭에 한인타운을 즐겨 가고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 음식 등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는 '살인의 추억', '괴물',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등 여러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장르극에 한국만의 색깔을 입혀 특성을 살린 게 매력적입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사업적인 측면만 고려하다 보니 사회문화적으로 심도 있는 작품이 탄생하지 못하는데, 한국은 예술적인 감성을 잘 보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하나의 문화로서 보호받을 필요가 있어요."


영화, 뮤직비디오, 넷플릭스 시리즈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작업한 그는 앞으로도 새로운 과제들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힐코트 감독은 "앞으로 더 다양한 매체에 걸쳐 일하고 싶다"며 "제가 직접 대본을 개발 중인 TV 시리즈 작품도 있고, 피처 필름도 있다. 다큐멘터리는 한 번도 못 해봤는데 그것 역시 두 가지를 진행 중이며 뮤직비디오와 광고 촬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1990년대부터 한국 등 아시아를 배경으로, 동서양 배역이 대등하게 연출되는 작품을 하고 싶어서 추진해왔고 여전히 그게 꿈"이라며 "결국은 대본이 중요하다. 좋은 대본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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