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이트 직지 오류 바로잡은 대학생들 "작지만 큰 걸음"

입력 2018-09-02 10:10  

해외사이트 직지 오류 바로잡은 대학생들 "작지만 큰 걸음"
오유진·이준혁씨, 반크 '문화유산 홍보대사' 활동중 성과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대학생 2명이 해외사이트에서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는 성과를 올렸다.
안동대 민속학과 1학년에 재학하는 오유진(20) 씨는 이달 초 일본 고등학교 학생과 교사, 일반인들에게 세계사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 사이트 '세계 역사의 창'(世界史の窓·www.y-history.net)에서 "13세기 초 고려에서 금속활자가 사용됐지만 이 활자로 인쇄된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발견하고 이를 바로잡았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글로벌 한국문화 유산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오 씨는 이 사이트의 '송나라 문화'(6장 2절) 중 '활자인쇄'(活字印刷) 편에서 오류를 찾고는 담당자에게 편지를 보내 "직지는 1377년 인쇄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다. 잘못된 내용을 고쳐준다면 역사를 배우는 일본 교사와 학생들이 더 올바른 역사인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이에 사이트 담당자는 사흘 뒤 "직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의 금속활자"라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1377년 직지가 인쇄된 것과 발굴 연도 및 내용, 직지가 1455년 인쇄된 독일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보다 78년 앞선다는 사실, 직지가 프랑스로 가게 된 배경, 현재 직지의 소장 장소까지 자세한 설명을 달았다.
사이트 마지막 부분에는 "한국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와 그 회원인 오 씨가 가르쳐줘 수정했다"는 내용도 실었다.
오 씨는 홍보대사 활동 후기를 통해 "오류 시정을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낼 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담당자가 사이트를 바로 잡고 보충 설명도 상세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기뻤다"며 "유창하지 않은 일본어로 사전을 찾아가면서 시작한 저의 작은 노력이 직지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큰 걸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홍보대사인 이준혁(21·안양대 2학년) 씨도 이달 초 해외여행 오디오북 사이트(izi.travel)에서 프랑스 마르탱 보드메 박물관의 직지 관련 오류를 발견했다. 아랍에미레이트에 회사를 둔 이 사이트에는 지난 6월 기준 전 세계 25만 개의 박물관 관련 설명을 오디오로 들을 수 있고, 관련 내용도 볼 수 있다.
이 씨는 이 사이트에서 '구텐베르크'를 입력하자 이 박물관이 "구텐베르크에 의해 개발된 인쇄술"(Printing, the technique developed by Cutenberg)이라고 바르지 않은 설명이 나오자 박물관 측에 "구텐베르크 설명은 세계인들에게 잘못된 사실을 전할 오해가 있으니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존하는 최초 책인 직지를 추가해달라"고 2주 동안 지속해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박물관 측은 "귀하가 지적한 직지에 대한 내용은 정확히 맞다. 영어, 프랑스 사이트에 관련 오류를 시정했다"며 "우리는 '구텐베르크 성서가 나오기 1세기 전에 금속활자로 창조된 한국의 불교 서적 직지'라고 고쳤다"고 알려줬다.
이 씨는 "처음으로 외국인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과연 시정이 이뤄질까'라고 걱정했는데 막상 바로잡고 보니 나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웠다"며 "청년들의 오류 시정은 작지만 위대한 성과"라고 뿌듯해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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