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여론조사서 '폐지' 압도적 다수…"2021년까지 개정 목표"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는 31일 유럽의회와 28개 회원국에 서머타임제를 폐지하는 것을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 7월 4일부터 8월 16일까지 EU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80%를 넘는 압도적 다수가 서머타임제 폐지에 찬성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EU에서 서머타임제를 폐지, 매년 3월과 10월에 시간을 바꾸는 관행을 없애는 것은 유럽의회와 28개 회원국의 동의가 있어야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독일 ZDF TV와의 인터뷰에서 EU 집행위는 서머타임제 폐지를 유럽의회와 회원국에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융커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최근 여론조사에 대해 언급하며 "수백만 명의 EU 회원국 국민이 서머타임은 일 년 내내 계속돼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EU 회원국 국민이 원하면, 우리는 그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EU 집행위는 여론조사에 460만 명이 참여했다고만 밝혔을 뿐 조사결과에 대해선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 신문 베스트팔렌 포스트는 지난 29일 여론조사 참가자 가운데 80% 이상이 서머타임제 폐지 입장을 밝혔다며 전체 참가자 460만 명 가운데 300만 명 이상이 독일 거주자였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는 수주 내에 서머타임제 폐지 제안을 유럽의회와 회원국에 보내서 오는 2020년이나 2021년까지 개정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비올레타 벌크 EU 교통담당 집행위원은 전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인 벌크 집행위원은 "(여론조사의) 메시지는 매우 명료하다"면서 "참가자의 84%가 더는 시간을 바꾸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8개 회원국 가운데 7개 나라가 이미 서머타임제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고 언급했으나 7개 나라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EU 집행위는 지난 2월 유럽의회가 서머타임제 존폐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를 요구하고, 핀란드를 비롯해 몇몇 회원국 정부와 국민도 이를 주문하자 온라인 여론조사에 나섰다.
이번 여론조사는 구속력이 있는 조사는 아니지만, EU 집행위는 조사 결과 서머타임제 폐지 여론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함에 따라 이를 근거로 서머타임제 폐지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EU의 '서머타임 지침'은 EU 회원국에 매년 3월 마지막 주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까지 7개월간 한 시간을 앞당긴 서머타임제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유럽 대륙의 표준시간은 서머타임제 실시 기간의 경우 한국보다 7시간, 서머타임제가 실시되지 않는 기간에는 8시간 늦다.
EU 내부에서는 그동안 서머타임제 존폐를 놓고 논란이 계속돼왔다.
서머타임제 폐지론자들은 서머타임제에 따라 시간을 앞당기거나 늦추게 되면 수면을 방해하고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찬성론자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운송산업에도 이득이 되며 실외 레저활동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맞서왔다.
서머타임제에 대한 아이디어는 지난 1907년 영국의 건축업자인 윌리엄 윌렛의 '일광의 낭비'라는 보고서에서 시작됐고, 1916년 독일이 처음으로 제도화한 이후 1차 세계대전 때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미국이 뒤이어 채택했다.
일부 국가에선 서머타임제가 한때 폐지됐다가 재개됐다.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 1916년 처음 제도를 도입한 뒤 1946년 이를 폐지했고, 제1차 석유파동 시기인 1977년 재실시됐다.
EU 전체에서 서머타임제가 실시된 것은 지난 1996년이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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