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유도 중량급 간판 조구함(수원시청·세계랭킹 14위)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불과 3개월 앞두고 큰 시련을 겪었다.
그는 왼쪽 전방십자인대를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몸 상태가 안 좋았는데, 치료를 미루고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그는 선수 생명을 걸고 출전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는 16강에서 우크라이나 아르템 블로셴코에게 한판패를 당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 유도는 조구함이 눈물을 흘린 리우 올림픽에서 최악의 성적을 냈다. 16년 만에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효자종목에서 불효자종목으로 추락했다.
조구함은 올림픽 이후 수술대에 올랐다. 그리고 힘든 재활 과정을 소화했다.
단순히 치료에만 전념한 건 아니었다. 그는 재활 훈련을 끝낸 뒤 주특기 업어치기 외에도 다리기술 연마에 힘쓰며 기량을 끌어올렸다.
그는 위기의 한국 유도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내 이름처럼 위기에 빠진 한국 유도를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구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구함은 3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일본 이다 켄타로(25위)와 처절한 혈투를 펼쳤다.
오로지 한국 유도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는 켄타로와 정규시간 4분 동안 승부를 가르지 못해 점수가 날 때까지 싸우는 연장전(골든스코어)을 펼쳤다.
체력 소모가 많은 중량급 경기에서, 조구함은 버티고 또 버텼다.
연장전은 1분, 2분을 넘어 6분까지 흘러갔다. 조구함은 체력이 완전히 고갈돼 서 있기도 힘든 상황에서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장에 모인 관중은 너나할 것 없이 최고의 투혼을 발휘한 두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결과는 기술로 갈리지 않았다. 조구함이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를 기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조구함의 투혼은 박수받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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