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선 경선때 서로 '거짓말쟁이' '연쇄 바람둥이'라며 삿대질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견원지간'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돕기에 나선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로 추격당하는 크루즈 의원의 선거 지원 요청에 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오는 10월에 크루즈 의원을 위한 대형 집회를 열 것"이라며 "텍사스에서 가장 큰 체육관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다시피 크루즈는 나의 완전하고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그의 상대는 재앙이다. 수정헌법과 범죄, 국경, 군사, 퇴역군인 문제에 대해 취약하다"라고 크루즈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2016년 대선 공화당 경선 당시 크루즈를 향해 "거짓말쟁이", "정신병 환자"라고 불렀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당시 크루즈도 트럼프를 향해 "연쇄 바람둥이", "병적인 거짓말쟁이"라고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공화당 경선 2위를 차지한 크루즈는 특히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에도 끝내 그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크루즈 의원은 "내 아내와 내 아버지를 공격한 사람들을 지지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라며 거부했다.
트럼프는 당시 모델 출신인 자신의 아내와 크루즈 부인의 외모를 비교하며 모욕하는가 하면 크루즈의 부친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크루즈의 가족을 직접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지원은 크루즈 의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크루즈 의원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 NBC방송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크루즈 의원은 11월 중간선거에서 맞붙는 민주당 비토 오르쿠 하원 의원에게 4%포인트 차로 쫓기고 있다.
텍사스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으로 최근 30년 동안 민주당 후보가 연방상원 의석을 차지한 적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민주당 오르쿠 하원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며 판세를 뒤집을 조짐을 보이자, 앙숙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크루즈 의원이 결국 손을 맞잡은 것이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51 대 49, 불과 2석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누리고 있어, 중간선거에서 자칫 단 1석이라도 놓칠 경우 상원 지배권이 흔들릴 수 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상원마저 빼앗긴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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