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 판사들, 일선법원 옮겨서도 '사법농단' 거점역할 정황

입력 2018-09-02 07:01   수정 2018-09-02 13:44

행정처 판사들, 일선법원 옮겨서도 '사법농단' 거점역할 정황
정모 전 심의관 기획조정실 나와서도 법관동향 파악 보고
신광렬·임성근 고법부장 '정운호 게이트' 영장수사정보 전달 의혹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당시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뿐 아니라 행정처를 떠난 법관들도 핵심 역할을 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행정처 출신 법관들은 일선 법원의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민감한 사건의 수사 정보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기획조정실 등에 실시간으로 직보한 의혹을 받는다.
사법행정기구인 행정처는 자기 조직 출신 법관들을 거점으로 삼아 사법부의 치부를 건드리는 사건의 민감한 수사상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대응방안을 꾸미기까지 했다.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울산지법 정 모(42) 부장판사는 행정처를 나온 뒤에도 사실상 행정처 일을 도맡아 하며 사법행정권 남용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 부장판사는 2013년 2월부터 2년간 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등 재판거래 정황을 드러내는 문건을 다수 작성했다.
그는 2015년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긴 뒤에도 법관들 익명 커뮤니티 동향을 파악해 행정처에 보고하는가 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앞두고 '현안 관련 말씀자료',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 등 재판거래가 의심되는 문건을 생산하기도 했다.
행정처를 떠난 법관들이 관할지역에서 벌어진 사법부 비리 관련 수사사건의 수사 정보를 행정처에 실시간으로 넘긴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이런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가 지난 23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나 모(41) 부장판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나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으로 근무하던 2016년 검찰이 수사하던 법원 집행관 비리 사건 관련 수사기밀을 임 전 차장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유출 정보에는 당시 수사팀이 청구한 각종 영장에 적힌 계좌추적 결과, 관련자 진술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집행관 비리 수사가 전국 법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한 법원행정처가 전직 심의관인 나 부장판사를 통해 수사상황을 들여다본 것으로 의심한다.
나 부장판사는 서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인 2013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을 지냈다. 당시 기조실장은 임 전 차장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을 지낸 신광렬(53)·임성근(54)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법조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록을 빼돌린 정황이 검찰에 포착돼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들이 행정처에 전달한 문건에는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함께 관련자 진술, 증거관계 등 수사상황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지법 형사재판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던 신 부장판사와 그의 전임자인 임 부장판사가 영장전담판사로부터 파악한 수사기록을 토대로 수사상황 및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행정처에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한다.
신 부장판사와 임 부장판사는 2006∼2007년 행정처 사법정책실 1심의관과 3심의관으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이들 판사가 근무한 행정처 기획조정실, 사법정책실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에 있는 부서다. 앞서 행정처가 공개한 의혹 관련 내부 문건 410건 가운데 상당수가 기획조정실이나 사법정책실에서 생산됐다.
행정처 출신 판사들은 행정처를 나와 일선 지방법원에서 독립 법관으로 근무하면서도 사실상 행정처의 거점 조직 역할을 하면서 사법부의 신뢰 추락에 핵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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