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산 車에 쿼터…FTA 개정한 한국도 예외 아닐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과 멕시코의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타결로 미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미국이 멕시코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이 일정량을 넘을 경우 '국가 안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타결한 우리나라도 관세를 완전히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멕시코와의 NAFTA 재협상 타결 결과에 따르면 양국은 무관세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역내 부품 비율을 기존 62.5%에서 75%로 상향했다.
또 부품의 40∼45%를 시간당 최소 16달러를 받는 노동자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자동차 업계와 경제학자들은 이런 합의가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비용이 현재 FTA 미체결국이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내는 2.5% 관세보다 높으면 멕시코 생산을 포기하고 다른 국가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게 더 경제적일 수 있다.
NAFTA를 미국에 더 유리하게 바꾸려고 원산지 기준을 강화했는데 오히려 다른 국가로부터 자동차 수입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미국이 이를 막을 방법은 멕시코 외의 국가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의 관세 인상이다.
트럼프가 결국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 자동차 관세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피터슨 국제연구소는 지난달 29일 멕시코와의 NAFTA 협상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멕시코와 합의한 무역 거래가 촉발한 추가 수입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다른 국가로부터의 자동차 수입을 제한할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터슨 국제연구소는 지난달 24일 보고서에서도 "NAFTA 재협상이 미국 자동차 업체에 피해를 주지 않을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유럽, 일본, 한국산 자동차에 세계무역기구가 허용한 2.5%보다 높은 새로운 관세를 부과해 수입차 가격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NAFTA 합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나머지 국가들에 25% 자동차 관세를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것"이라며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면 멕시코와 합의한 게 유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FTA 개정을 통해 자동차 부문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이미 해소한 만큼 한국은 관세를 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NAFTA 합의를 보면 미국은 FTA를 개정한 국가에도 수입규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는 멕시코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수출량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미국이 최대 25%의 '국가 안보'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멕시코가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중 연간 24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과 자동차부품 중 연간 900억달러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량을 초과하는 물량에만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사실상의 저율관세할당(TRQ: Tariff Rate Quota)이다.
이는 미국이 NAFTA 재협상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면 멕시코와 캐나다는 25% 자동차 관세를 면제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깬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자동차에 TRQ를 적용한 게 사실이라면 앞으로 232조 자동차 조치가 상당히 강력하게 이행될 수 있다"며 "한국에 대해서도 자동차 관세를 깔끔하게 면제하는 게 아니라 계속 끌고 가면서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 안보' 관세는 미국과 멕시코가 지난 27일 공식 발표한 합의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관세나 TRQ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미국과 멕시코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양국 정부가 협상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외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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