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야 처음 생긴 '국제 규격' 진천 벨로드롬…'곳곳에 균열'
(자카르타=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한 사이클 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로 향상된 기량을 펼쳤다.
그 사이 4년간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훈련 시설이다.
한국에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 사이클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실내 250m 목재 트랙' 규격 벨로드롬이 없었다. 심지어 인천 아시안게임도 333.33m 실외 벨로드롬에서 열렸다.
한국 최초 국제 규격 벨로드롬은 진천선수촌이 문을 연 지난해 9월에야 생겼다.
그전까지 선수들은 실외 벨로드롬이나 333.33m 경륜장을 떠돌며 훈련했다.
열악한 환경이었다. 날씨가 안 좋으면 눈·비를 맞으며 달렸고, 세계대회에 출전하면 목재 트랙이 낯설어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환경에서도 한국 사이클은 아시안게임에서 꾸준히 메달을 획득하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등 고군분투했다.
사이클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 입촌하고서 "따뜻한 실내에서 훈련하니 적응이 안 될 정도다. 신세계다"라며 규격 벨로드롬의 탄생을 반겼다.
선수들의 실력은 쑥 올라갔다.
진천선수촌 벨로드롬 개장 후 약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초, 이혜진(26·연천군청)은 500m 독주 한국신기록을 이틀 연속으로 경신했고, 나아름(28·상주시청)은 3㎞ 개인추발 한국신기록을 이틀 연속 갈아치웠다.
선수들의 신기록 행진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꽃을 피웠다.
한국 대표팀은 남자 단체추발, 남자 개인추발, 여자 단체추발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남자 스프린트에서는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세웠다.
장선재 트랙 중장거리 코치는 "진천선수촌에 규정 돔 경기장이 생기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규격 벨로드롬이 트랙 사이클 훈련에 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 모여서 훈련하게 된 것도 획기적인 변화였다.
사이클 대표팀은 세부 종목에 따라 영주, 양양 등으로 흩어져 훈련했다. 아니면 소수의 선수를 스위스 등 환경이 좋은 외국으로 파견을 보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관왕에 오른 나아름은 진천선수촌에서 모두 모여서 훈련하게 되면서 남녀 합동 훈련도 가능하게 됐고, 남자 선수들의 도움 덕분에 여자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이클 선수들의 유일한 안식처가 된 진천선수촌 벨로드롬도 최근에는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완공된 지 1년도 안 됐는데, 시공·관리의 문제로 목재 트랙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돔 안으로 직사광선이 들어오고, 실내 제습 시설이 없어서 건조해진 목재 트랙이 변형되고 있다.
대표팀은 또 다른 고민을 떠안게 됐다.
엄인영 사이클 대표팀 감독은 "트랙 균열로 선수들이 크게 다칠 수도 있다"며 "지금 트랙을 다 뜯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엄 감독은 "선수들이 균열 생긴 트랙에서 훈련하다가 매끈한 아시안게임 벨로드롬에 오니 사이클을 더 잘 타고 더 좋은 기록도 낸 것은 아닐까"라며 쓴웃음을 지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기량을 뽐낸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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