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러시아 스캔들에 '적대적 트윗'한 뒤 버지니아 자신 소유 골프장으로
매케인 추모 메시지는 '전무'…골프장 앞서 시위대 10여명 규탄 시위
(뉴욕·서울=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김윤구 기자 = 미국 보수 진영의 '큰 별'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이 열린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버지니아 주(洲)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으로 갔다.
그러나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에 대한 아무런 추모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엄수된 매케인 의원 장례식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러시아 스캔들'과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트위터를 쏟아낸 뒤 곧바로 버지니아 주의 골프장으로 향했다.
생전 매케인 의원의 날 선 비판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 의원이 생전에 초청한 인사에서 빠졌으며, 이날 백악관에 머물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 직전에 "뉴스 보도가 '적(敵) 시스템'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저명한 법학자이자 자신의 비공식 자문 역할을 했던 앨런 더쇼비츠 하버드 로스쿨 교수의 코멘트를 트위터에 올렸다.
미 언론들은 더쇼비츠 교수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언급한 내용이 전날 캐나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캐나다 언론인 '토론토 스타'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미-캐나다 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개정 협상과 관련해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캐나다와의 가능한 딜은 완전히 우리 조건(방식)대로 될 것이다"는 등의 언급을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것(언론)은 오염되고 부패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영국 정보기관 MI6 전 요원 크리스토퍼 스틸이 작성한 이른바 '트럼프 X파일'을 "가짜 문서"로 지칭하며 "그것은 버락 오바마(전 대통령)와 힐러리 클린턴(전 민주당 대선후보)의 정치적 적인 트럼프에 대한 스파이 활동을 위해 미 사법 시스템에 침투했다"고 비판한 보수 논객 댄 본지노의 코멘트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X파일'은 스틸이 미국 사설 정보업체 '퓨전 GPS'의 의뢰를 받아 트럼프 대통령의 사생활과 러시아 유착 의혹을 담은 문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 의원 장례식이 진행 중인 시간에 나프타 개정 협상과 관련해 캐나다에 경고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새로운 나프타 협상에 묶어둘 아무런 정치적 필요성이 없다. 수십 년간의 악용 이후에 공정한 딜(거래)을 하지 않으면 캐나다는 아웃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트위터를 올린 후 백악관을 떠나 곧바로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라우든카운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으로 향했다. 장례식이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35분까지 진행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1시 16분께 골프장에 도착했고 오후 3시 37분께 골프장을 떠났다.
백악관은 트럼프의 이날 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나 언론들은 트럼프가 골프를 치는 사진을 보도했다고 백악관 공동취재단이 전했다.
10여명의 시위대가 골프장 앞 도로에서 트럼프를 비꼬는 '아기 트럼프' 풍선을 띄우고 "트럼프는 매케인과 비교할 수 없다", "영웅인 메케인의 명복을 빕니다", "반역죄 탄핵" 등의 피켓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 행에 앞서 "일상적인 골프장 행은 삼갔다"는 미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의 트윗'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와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추모사에 나선 매케인의 딸 메건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뼈있는 말을 쏟아냈다.
메건은 "우리는 그가 기꺼이 치렀던 희생의 근처에는 결코 가지 못할 사람들의 값싼 레토릭(수사)도, 그분이 고통받고 봉사하는 동안 안락과 특권을 누리며 살아온 기회주의자들의 삶도 아닌, 미국인의 위대함과 참된 것이 사라지는 것을 애도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고 말했다.
메건은 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을 겨냥한 듯 "미국은 항상 위대했다"면서 "'존 매케인의 아메리카'는 다시 위대해질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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