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봉·모잠비크·잠비아 대통령 등과 정상회담…美견제 의도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중 무역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베이징(北京)으로 아프리카 정상들을 대거 초청해 경제 지원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안기면서 미국 견제에 나섰다.
이는 미중 패권 다툼이 장기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서구 텃밭인 아프리카에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연계해 돈을 뿌리며 아프리카를 중국의 우군으로 포섭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봉, 모잠비크, 잠비아, 가나, 라이베리아, 말라위, 기니, 세이셸 등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과 연쇄 정상회담을 하고 일대일로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이번 개별 정상회담은 내달 3~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의 연계 선상에서 열린 것이다. 시 주석은 하루에 6~7개국의 아프리카 정상들을 만날 정도로 아프리카 포섭 작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 주석은 전날 알리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가봉이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 동참하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인프라 건설, 에너지 및 광업, 농업 등에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뉴지 모잠비크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일대일로 참여 결정을 환영하면서 모잠비크의 산업화와 농업 현대화를 중국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나나 아쿠포 아도 가나 대통령에게는 일대일로 참여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환영하면서 중국과 함께 개도국의 공동 이익을 수호하자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피터 무타리카 말라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면서 개혁 개방 견지, 독립과 자주를 외쳤다.
알파 콘데 기니 대통령과 회동에서는 "다자 무역 체계 수호와 아프리카 평화 안전 문제에서 긴밀히 소통해 양국 및 개도국의 이익을 지켜야한다"며 미국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31일에는 코트디부아르,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대통령 등과도 정상회담을 하면서 일대일로 참여를 연계로 한 대규모 경제 지원을 무기로 외교 협력 강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시 주석은 개별 정상회담뿐 아니라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기조연설 등을 통해 대규모 아프리카 지원을 활용한 중국과 아프리카 협력 강화, 그리고 미국을 겨냥한 '보호주의 반대'를 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달 해외 순방에 나서 아랍에미리트(UAE), 세네갈,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국빈 방문하고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기간 아프리카 국가들에 경제 협력이라는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안기면서 '보호주의 반대'라는 동의를 끌어냄으로써 우군 전선을 아프리카까지 확대하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무역 갈등,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이 산적한 가운데 시 주석이 아프리카 정상들을 만나는데 모든 일정을 쓰는 것을 보면 아프리카를 중국의 우군을 끌어들여 미국에 맞서는 '개도국 지도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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